[김필수의 Clean Car Talk] 광주형 일자리 안착 위한 ‘네 조건’
[김필수의 Clean Car Talk] 광주형 일자리 안착 위한 ‘네 조건’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26
  • 승인 2019.02.18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됐다. 이제는 이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다. 그러려면 광주형 일자리가 똑바로 우뚝 설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막는 각양각색 앙금을 툭툭 털어내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지자체든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광주형 일자리를 널리 적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네가지 선결과제만 잘 풀어낸다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난 1월 타결됐다. 이제 잘 가꾸는 일만 남았다.[사진=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가 지난 1월 타결됐다. 이제 잘 가꾸는 일만 남았다.[사진=연합뉴스]

진통을 겪던 광주형 일자리가 1월 31일 타결됐다.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5년간 또는 35만대 누적생산대수 달성 전까지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유예’라는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3권 보장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고비용ㆍ저생산 문제가 심각하다. 강성노조 이미지도 강하고,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 갈등으로 인한 파업은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덕분에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이 장애를 받아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탈피하고, 안정적인 생산과 자동차산업 부흥을 위해 마련된 한국형 자동차 일자리임에 틀림없다. 

물론 광주공장 생산직 연봉은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직의 평균 연봉인 9000만원대에 훨씬 못 미치는 3500만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당 근무시간은 약 44시간이고, 대주주인 광주시가 주택이나 의료 등 복지혜택을 늘려 실질적인 혜택을 연봉 이상으로 늘려준다는 점에서 연봉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독일식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광주형 일자리의 탄생 과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이나 일본을 벤치마킹한 결과물이 아니다. 경차를 하청 생산하는 국내의 동희오토 등을 참고로 새롭게 만들었다.

과정이 쉽지 않았다. 수년 전부터 윤장현 전 광주시장과 광주시 공무원들이 땀 흘린 결과다. 당시 이들은 중앙정부 담당자를 쫓아다니면서 서울에 상시 머물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광주 산ㆍ학ㆍ연ㆍ관을 비롯해 광주시 노조까지 참여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예전의 푸대접과 달리 최근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나 국회 여야가 광주형 일자리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대하는 걸 보면 씁쓸하기까지 하다. 묵묵히 뒤에서 수고한 이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큰 울림을 주길 기대하면서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광주형 일자리 공장 자체를 거부하는 민주노총과 울산 현대차 노조를 설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노조 역시 ‘미래의 보이지 않는 일자리’로 인해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받는다는 생각을 거둬야 한다. 

둘째, 협상안에 포함된 임단협 유예조항이다. 유예를 노조가 인정했지만, 애매모호한 단서조항 등을 단다면 이는 나중에 광주형 일자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추후 상황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현지 노조와 광주시, 현대차 등이 해당 조항의 확실한 의미를 파악해둬야 한다.

셋째, 노동법과의 연관성이다. ‘임단협은 매년 한다’는 노동법 조항과 현 합의가 상충되는지 확인해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정부가 미리 조율해야 한다. 공장 가동도 하기 전에 각종 소송이나 법적 문제로 차질이 생겨선 안 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라는 거다. 

넷째, 공장 건립 후 생존 문제다. 당장은 경형 SUV를 생산해 경쟁력을 확보한다지만, 추후 다른 차종 생산이나 다른 브랜드의 차종까지 생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정적인 한국형 선진 모델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네가지만 풀어낸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다른 지자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범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지자체들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시금석 역할은 충분히 하리라 본다. 정부와 현대차, 현지 노조까지 모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2동 17층 1704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윤영걸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19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