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희미해지는 소유의 개념

현대차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의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의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뉴시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 장만한 PC에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소프트웨어 CD를 구입해야 했다. 요즘 세대는 갸우뚱할 일이다. 지금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간단히 구독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MS는 1982년 PC 운영체제 윈도를 기반으로 2000년대 전후 기업가치 1위에 올랐지만 이후 긴 침체기를 보냈다. 그랬던 MS가 2018년말 시가 총액 1조 달러(약 1129조원)를 기록했다. 이유는 상업용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한 구독모델로의 사업 전환에 있었다. 소프트웨어 CD를 판매하는 대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에 집중한 것이다.

소비 트렌드에서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이젠 ‘사지’ 않아도 잘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제품보다 서비스를 원하고 소유보다 경험과 가치를 생각한다.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구독 경제’는 유튜브ㆍ넷플릭스는 물론 셔츠와 양말, 자동차와 항공기, 병원과 은행 등 여러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좋아요’를 누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도 구독 기반 서비스의 일종인 것이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이는 주오라 기업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티엔 추오다. 그는 신작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구독경제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 고정비용을 희석하고 이윤을 높이는 게 목표였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를 맞이할 것이란 얘기다.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해 지속적인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반복적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 기반 비즈니즈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이 전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례는 흥미롭다. ‘하늘의 우버’라 불리는 항공사 서프에어는 정기적으로 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행태를 파악해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메디컬, CVS 같은 의료 서비스 업체는 예약ㆍ진찰ㆍ치료ㆍ처방ㆍ조제 등의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린다닷컴, 캐플런 등 전문교육플랫폼은 대학 수준의 학습 과정을 평생 구독할 수 있게 했다.

국내 기업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은 미국에선 구입하는 대신 월 275달러(약 31만원)에 구독해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모델을 고르고 휴대전화 요금제처럼 24개월ㆍ36개월 플랜 중 하나를 정한 뒤 업그레이드 사항을 선택해 대리점에 가서 차를 가져오면 된다. 국내에서도 올해 초 월정액 차량 구독 프로그램인 ‘현대 셀렉션’을 선보였다. 이밖에 이베이코리아ㆍ티몬ㆍ쿠팡ㆍ롯데홈쇼핑ㆍ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들도 유료 회원제 형태의 구독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 책은 전방위에 걸쳐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는 구독 모델의 현재를 조명함은 물론 구독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ㆍ운용할 수 있는 실질적 지침도 제시한다. 1부에서는 구독 모델이 여러 업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피고, 2부에서는 기업의 모든 부분에 구독 모델을 적용하는 방법과 전략적이고 운영 중심적인 세부사항을 소개한다.

 

세 가지 스토리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아르테 펴냄

일본 가전업체 발뮤다는 어떻게 ‘가전업계의 애플’로 자리 잡았을까. 이 책은 파산 위기의 1인 기업이던 발뮤다가 지금의 자리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창업자인 테라오 겐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0년간 록밴드 생활을 했다. 2003년 발뮤다를 창업했지만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발뮤다에도 위기가 닥쳤다. 그때 테라오 겐은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음의 사회」
마빈 민스키 지음 | 새로운 현재 펴냄

사람은 흔히 인간에게 자아와 정신이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스스로를 대단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여긴다. 하지만 2016년 타계한 ‘AI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 MIT 교수는 “사람의 지능은 실상 작은 조직들의 촘촘한 상호 움직임의 결과”라면서 “지능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개발의 철학적 기초를 다지는 내용과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혁명적인 해석을 담았다. 

「플라이 백」
박창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펴냄
 

누구나 의지와 관계 없이 삶의 항로를 벗어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창진 대한항공 승무원도 그중 하나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4년 ‘땅콩회항’ 사건에 휩쓸린다. 삶이 항로를 이탈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걸어온 그의 행보를 담았다. 갑질의 시대에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을의 비행’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 또 내부고발자에 대한 편견과 시선도 꼬집는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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