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겨울은 유난히 혹독한 계절이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하루종일 놀아주다 보니 돈은 돈대로, 체력은 체력대로 빠져나가서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김씨 부부도 겨울철만 되면 몸서리를 친다. 올해는 이사 계획까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3편 첫번째 이야기다.

자녀들이 겨울방학을 맞으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사진=연합뉴스]
자녀들이 겨울방학을 맞으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사진=연합뉴스]

“아이들 겨울방학 때 생활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10살 아들과 8살 딸을 둔 김형택(43·가명)씨가 첫 상담 때 던졌던 질문이다. 방학기간에는 평소보다 소비가 크게 늘기 마련이다. 자녀들을 위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입장권·교통비·숙박비는 물론 외식비도 만만찮다.

집에서 ‘방콕’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아내 박미라(41·가명)씨는 “매일 무슨 반찬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도 따로 챙겨줘야 한다. 겨울에 가장 무서운 지출은 난방비지만 박씨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난방을 거의 끄지 않고 있다.

매년 겨울마다 돈에 쪼들리는 악순환을 겪자 김씨 부부에게도 요령이 생겼다. 2년 전부터 비상금 통장을 마련해 조금씩 돈을 모아두기로 한 거다.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까지 비상금을 쓸 일이 숱하게 많았다. 겨울방학이 시작할 때쯤이면 비상금 통장 잔고는 여지없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 올해엔 부부의 고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남편 김씨의 부모님이 자신들이 소유한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와 살라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하남 근처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올 9월 전세가 만료되는데, 세입자가 이사하겠다고 미리 얘기한 상태다. 문제는 부모님이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고향에 작은 집과 밭을 매입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기에 부모님은 김씨 부부에게 ‘SOS’를 보낸 것이다.

김씨는 “부모님 아파트면 전세 오를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며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아내 박씨는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부부가 가진 자금으로는 아파트 전셋값을 낼 수 없었다. 김씨 부모님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금은 3억5000만원. 김씨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는 2억4000만원인데, 전세자금 대출잔액이 3700만원 껴있다. 대출상환까지 계산하면 총 1억4700만원이 더 필요했다. 부부는 아내 박씨의 부모님에게 여윳돈을 빌려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이로써 이사 문제도 일단락 짓는 듯했다.

재무상담을 시작하기 며칠 전, 김씨는 부동산을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이사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런데, 친구의 입에서 청천벽력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부모와 자식 간의 임대차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씨 부부의 이사 계획 전체가 틀어지게 된다. 친구의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임대차계약은 가능하다. 주민등록상으로 자식이 독립된 세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부모와 거주 장소가 다르다는 것, 공인중개소를 통해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와 보증금이 오고 간 계좌내역을 증명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자! 부부의 고민도 어느 정도 풀었으니 이제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350만원이다. 중소기업 과장인 남편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부부는 소비성지출로 공과금에 월 21만원을 내고 있다. 통신·인터넷·TV 사용료는 17만원이다. 생활비로는 80만원이 나간다. 교통비·유류비는 15만원씩 지출한다.

두 자녀를 둔 부부는 여가생활비에 25만원을 쓴다.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비는 5만원이다. 보험료는 54만원으로, 종신보험(총 32만원)의 비중이 상당하다. 대출이자는 9만원씩 내고 있다. 용돈으로는 사회생활을 하는 김씨가 30만원, 박씨가 15만원을 쓴다. 이밖에 학원비(41만원) 양가 부모님 용돈(20만원) 등 총 332만원이 소비성지출로 빠져나간다.

비정기지출은 미용비(15만원)·병원비(4만원)·경조사비(8만원)·여행비(10만원) 등 37만원이다. 금융성상품으로는 청약저축(5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총 374만원을 쓰고 24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다. 부부의 씀씀이가 헤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벌이인 데다 두 자녀까지 키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출 줄이기는 필요하다. 부부는 이사·자녀교육비 마련·노후준비 순으로 재무목표를 세웠는데, 지금의 저축 상황(청약저축 5만원)으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차 상담에선 생활비를 조금 줄여 보기로 결정했다. 상담 내내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니 생활비(80만원) 중 식재료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야채를 좋아하는 박씨는 각종 나물과 쌈야채 등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식비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으로 야채를 구입하고 있었는데, 인터넷은 대부분 야채를 대량으로 판매한다. 쉽게 상하는 야채의 특성 때문에 제때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는 인근 시장에서 조금씩 사먹는 것으로 생활비를 80만원에서 65만원으로 15만원 줄였다.

정수기·공기청정기(5만원)도 줄이기 대상이다. 김씨 부부는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와 부가기능이 다양한 공기청정기를 쓰고 있었는데, 이 기능들을 쓸 일이 별로 없어 보였다. 부부는 렌털회사에 전화해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2만원 절감).

김씨 부부는 1차 상담에서 생활비(15만원)·렌털비(2만원) 등 총 17만원을 아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다. 무엇보다 박씨 부모님으로부터 빌린 1억4700만원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이사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김씨 부부가 어떻게 해야 지출을 확 줄일 수 있을지는 다음 상담 때 본격적으로 다뤄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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