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종업원 지주사 ‘한국종합기술’, 실패와 도약의 분기점에 서다
국내 첫 종업원 지주사 ‘한국종합기술’, 실패와 도약의 분기점에 서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26
  • 승인 2019.02.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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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상장사 종업원 지주사
한국종합기술 1년의 기록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회사 ‘한국종합기술’이 출범 1년 만에 새 CEO를 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임했던 공기업 출신 CEO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국내 첫 종업원 지주회사가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벌써부터 표류하고 있다’면서 입방아를 찧는다. 실적도 좋지 않다. 실패의 전조일까 아니면 체제가 안착돼가는 과정에서 겪는 필연적 홍역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첫 종업원 지주사의 1년을 취재했다. 희망과 우려가 교차했다. 

올해 말 한국종합기술의 실적에 따라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로서의 성패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말 한국종합기술의 실적에 따라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로서의 성패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9월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엔지니어링 업체 한국종합기술(한종기). 시장은 한종기에 주목했다. 그 어떤 상장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한종기의 모든 행보는 실험이었고, 이는 종업원 지주사를 목표로 삼은 이들의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종기의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순탄하지만은 않다. 한종기는 지난해 2월 김춘선 사장(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CEO로 선임한 지 고작 1년 만에 새 CEO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전 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내부에서 있었던 사정들을 어떻게 다 말로 꺼내겠나”라면서 “(한종기가) 잘 돌아가고 있고,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대로의 기여도 있으니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해 사임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단순한 사임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일례로 김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2023 신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새 출발을 알렸지만, 당시 한종기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특히 선포식이 열린 지 두달 후인 9월 김창교 부사장이 사장직무대행을 맡고, 김 전 사장은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체제로 변경됐다. 경영자와 임직원들의 호흡이 착착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김 전 사장의 사임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CEO 선정 과정에 총 10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그중 6명이 내부 출신이다. 3명으로 압축된 최종 후보도 모두 내부 출신이다.[
※참고 : 2월 15일 금요일, 내부 투표를 거쳐 후보 중 한명이던 이상민 플랜트본부장(부사장)이 차기 대표로 당선.]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게 CEO를 맡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외부 출신을 배제하겠다는 것처럼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일부에선 “올해 한종기 CEO는 경영능력이 아닌 인기투표로 당선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한종기는 종업원 지주사가 된 지 1년 반이 다 돼 가지만 경영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한종기는 약 60억원의 영업적자(누적)를 냈다. 4분기도 낙관적이지 않다. 한종기 관계자는 “2017년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종기는 당시 72억여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3분기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거다.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기는 하다.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자 한종기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상여금의 200%를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계획대로라면 전 임직원이 올해 1~3월에 100%, 하반기에 100%를 반납한다. 전체 임금 총액의 9.5%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종기 관계자는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종업원 지주사 전환 초기,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직원들을 보면서 반신반의했던 직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외부 투자자들이 크게 몰리지 않고 있다는 숙제가 있지만, 확실히 종업원 지주사로 막 출범했던 초기보다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조금씩 더 늘고 있다. 이번 상여금 반납 결정도 그런 과정에서 이뤄졌다. 향후 실적 개선의 토대가 될 것이다.”

수주도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 총액은 4771억원이다. 2017년 같은 기간 수주 총액은 4509억원으로 5.8% 증가한 수치다. 한종기 관계자는 “4분기를 포함하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수주 총액이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내림세를 걷던 한종기 주가가 11월을 기점으로 반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임직원들의 상여금 반납과 늘어난 수주가 올해 실적 개선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한종기가 실험만 계속하길 원치 않는다. 성과를 보여야 회사가치가 올라가는 건 시장의 냉엄한 법칙이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내부 출신 CEO가 선출된다.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로서의 확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새 CEO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종기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대주주지만 다른 주주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장사라는 점에서 올해는 고비”라면서 “실적 개선의 토대를 만들어놓은 만큼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은 한종기를 평가하는 분기점이 될 거라는 얘기다. 

[Mini Interview]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

종업원 지주사 CEO의 자격


한국종합기술이 ‘상장사 최초 종업원 지주사’의 면모를 확실히 다지려면 새로운 CEO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종업원 지주사 전문 컨설턴트인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에게 물었다. 

✚ 한종기 CEO가 바뀌는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종업원 지주사의 의사결정은 매우 세밀하고 꼼꼼한 절차와 룰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내부관계자들이 모두 그 규정을 충실히 이해하고,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 갈등이 있었을 거라는 건가.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가는 식이다. 그런데 종업원 지주사는 대주주가 여럿이면 주인이 없다고 오판해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운영을 하거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제대로 하려면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설득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정이 복잡하지만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다.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는가. 그래서 한종기의 실험도 의미가 있다.”

✚ 절차와 룰을 얘기했다. 그럼 공기업 CEO 출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공기업 CEO들은 절차나 룰에 굉장히 익숙하다. 다만 절차나 룰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고, 대부분의 공기업 사업은 독점적이라 대단한 수완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 종업원 지주사의 CEO는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하나.
“종업원 지주사는 고도의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다. 겉으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설득하고,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임직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자신이 존경받길 원하는 CEO들이 더 많다. 그래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CEO의 몸에 배 있어야 한다.”

✚ CEO가 임직원들과 매번 시끌벅적한 토론을 해야 하는가.
“정반대다. 세밀하고 꼼꼼한 절차와 룰이 있어야 하고, 내부자들이 그 절차와 룰을 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매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당연하다. 상장사 중에 이런 전례가 없으니 더욱 그럴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업원 지주사를 끌고 가기 어렵다는 거다.”

✚ 한종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 
“물론이다. 사실 종업원 지주사로 바뀌는 혼란한 상황에서도 수주가 늘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거다. 다만 앞으로도 한종기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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