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없는 우리금융 M&A 수난기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의 지위를 다시 찾았다. 2014년 11월 그룹이 해체된 지 4년 만이다. 금융지주로서의 발걸음도 경쾌하다. 지난 13일엔 코스피시장 재상장에도 나섰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치열해진 ‘리딩뱅크 각축전’에서 두각을 나타낼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증권사가 없다는 점은 큰 약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고 싶어도 그러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증권사 없는 우리금융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해체됐던 우리금융이 4년 만에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해체됐던 우리금융이 4년 만에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우리은행이 지난 1월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그룹 해체 이후 4년 만이다. 우리은행이 지주를 설립할 수 있었던 건 공적자금(2001년)이 투입된 지 15년 만인 2016년에 민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영화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부는 일괄매각·분할매각·블록세일 등 지분 매각에 필요한 모든 방법을 사용했지만 2010~2013년 4차례나 민영화에 실패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의 입찰포기(2010년), 관치금융논란(2011년), 유효 경쟁 미달(2014년) 등 민영화에 실패한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진통을 겪던 우리은행의 민영화 작업은 2015년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초강수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의 지분 51.6% 중 30.0%를 4.0~8.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결국, 2016년 11월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동양생명·한화생명·유진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사모펀드인 IMM PE 등이 29.7%의 지분을 매입했고, 우리은행은 ‘민영화’의 꿈을 이뤄냈다.

민영화 과정이 예상보다 더뎠던 만큼 우리금융그룹은 발빠른 행보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지주사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13일엔 코스피시장에 재입성(우리은행 주식 1대1 비율로 전환)했다. 시장은 우리금융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금융지주 출범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선 “2019년 리딩뱅크 향한 국내 5대 금융지주(우리금융·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내다본다.

증권사 없는 금융지주의 한계

하지만 기존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쟁을 벌이기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우리금융의 계열사는 2013년말 14개에서 6개(우리은행·우리FIS·우리금융경영연구소·우리신용정보·우리펀드서비스·우리PE자산운용)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회사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포함해도 8개에 불과하다.

계열사만이 아니다. 자산 규모도 예전 같지 않다. 우리금융의 자산 규모는 2013년 341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330조원으로 11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른 금융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176조원이나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저축은행 등의 인수·합병(M&A) 추진과 함께 투자금융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가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부진이 예상되는 보험사는 논외로 치더라도 증권사의 부재는 비은행 부문 강화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그룹 비은행 부분의 주력 수익처가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우리금융도 지난해 6월 특허청에 ‘우리종합증권’과 ‘우리금융투자’라는 2가지 상표를 등록하는 등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증권사 인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증권사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4년 우리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던 당시엔 10여개의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확실한 증권사 매물은 골든브릿지증권 1곳뿐인데, 이마저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주요 증권사는 매각을 철회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이슈에 매각설이 돌았던 교보증권은 최근 매각계획을 접었다. 오랜 기간 매물로 등장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매각계획을 미루고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선 잠재적인 매물로 유안타증권과 삼성증권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매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증권업계의 대형화 바람은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플랜을 ‘난관’으로 밀어넣는 또다른 변수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해 몸집을 키우려는 증권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증권사를 인수하고 싶어도 벌크업을 노리는 다른 증권사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KB와 현대증권 등 대어급 M&A에서 보듯 증권사의 대형화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초대형 IB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 중소형 증권사를 노리는 증권사들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으니 증권사 매물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증권사를 인수해야 하는 우리금융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금융이 좋은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말처럼 올해는 규모가 작은 M&A부터 나설 예정”이라며 “증권사 인수는 시간을 두고 모든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답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녹록지 않은 증권사 인수 경쟁

“지방금융지주도 보유하고 있는 주력 계열사인 증권사·보험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M&A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금융이 기존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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