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여인

오페라 ‘말 없는 여인’은 도나체티의 작품 ‘돈 파스콸레’와 매우 비슷한 작품이다.[사진=Wilfried Hösl]
오페라 ‘말 없는 여인’은 도나체티의 작품 ‘돈 파스콸레’와 매우 비슷한 작품이다.[사진=Wilfried Hösl]

오페라 ‘말 없는 여인’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70세가 되던 해 작곡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젊은 여인과 결혼하려는 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 ‘팔스타프’ 등과 매우 비슷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말 없는 여인은 1935년 독일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됐지만 무대에 오른 지 세번 만에 당시 독일의 총통이었던 히틀러가 공연을 금지했다. 이 작품의 대본을 쓴 슈테판 츠바이크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 해군장교로 퇴역한 모로서스경卿은 조용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길 원한다. 그는 해군장교 출신답게 무엇이든 명령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여기엔 그가 가진 부富도 한몫하고 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부유한 그의 말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사람, 그의 조카인 헨리만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 1막 = 모로서스는 소음을 무척 싫어하는 홀아비다. 해군장교로 근무하던 시절 배가 폭발하는 사건을 겪은 이후 생겨난 편집증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편집증이 주위에 있는 사람의 삶까지 힘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조카 헨리는 삼촌의 이상한 성격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페라 가수인 아민타와 결혼하고 자신도 오페라단에 입단한다. 그리고 오페라 단원들을 모로서스의 집으로 초대하기까지 한다. 소음을 싫어하는 모로서스가 이를 반가워할 리 없다. 화가 난 모로서는 오페라 단원을 모두 쫓아내버린다. 그러고도 분을 삭이지 못한 모로서스는 조카인 헨리의 재산 상속권마저 없애 버린다. 그리곤 마을의 이발사에게 조용한 성격의 부인을 얻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 2막 = 평소 헨리와 친하게 지냈던 이발사는 이 소식을 그에게 알린다. 두사람은 모로서스를 골탕 먹일 작전을 짠다. 헨리의 아내이자 오페라 가수인 아민타를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여인으로 소개해 모로서스와 위장 결혼을 시키는 것이다. 모로서스는 예상대로 과묵한 척 연기하는 아민타를 마음에 들어 하고 급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아민타는 수다쟁이 악녀로 변해 모로서스를 괴롭힌다.

♬ 3막 = 모로서스는 시도 때도 없이 오페라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음을 유발하는 아민타를 보고 절망에 빠진다. 그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때 헨리가 나타나 자신이 삼촌을 속였다고 고백한다. 비로소 모로서스는 평온한 황혼을 되찾게 된다. 모로서스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 음악이 끝났을 때지. 젊은 부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그 젊은 부인이 남의 부인일 때지.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미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김현정 체칠리아 성악가 (소프라노) sny409@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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