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공개하면 사업비도 드러날텐데

금감원이 ‘금융상품의 실질수익률 공개방안’을 발표하자 생보업계의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공개 대상에 보장성 변액보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어떻게 보장성 변액보험을 금융상품처럼 취급할 수 있느냐’며 반발한다. 다른 한편에선 ‘실질수익률을 공개하면 변액보험의 원가가 공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생보업계가 쓸데 없이 몽니를 부린다는 지적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생보사들이 보장성 변액보험 수익률 공개를 꺼리는 이유를 취재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상품 실질수익률 제공 방안에 생명보험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상품 실질수익률 제공 방안에 생명보험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생명보험업계가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금융상품의 실질수익률 공개 방안’을 발표한 직후부터다. 이 방안의 골자는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의 수익률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올해 말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운용실적보고서에 ‘표준요약서’를 추가해 납입원금, 비용·수수료, 적립금, 누적수익률, 연평균수익률, 해지환급금 등의 정보를 안내해야 한다.

이런 방침에 생명보험사들이 반기를 든 이유는 간단하다. 실질수익률 공개 대상에 변액종신보험·변액CI보험 등 보장성 변액보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생보업계는 보장성 변액보험을 투자상품으로 취급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만기환급금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사망이나 질병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반기 이유는 보장성 변액보험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비중이 다른 상품 대비 높다는 점이다. 높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탓에 수익률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데 무엇 때문에 수익률을 공개하느냐는 것이다. [※ 참고: 사업비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인 계약체결비와 보험사가 가져가는 유지·수금비다. 위험보험료는 사망보험금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에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수당을 선지급하는 선취형 지급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가입 후 대략 7년까지 사업비 비중이 높은 이유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변액보험의 목적은 보장”이라며 “저축성 변액보험과 같은 기준으로 수익률을 공개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비 비중이 높은 보장성 변액보험은 실질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률 공개는 소비자의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판매에 열을 올릴 땐 투자 기능을 강조했던 생보사가 뒤늦게 보장성을 내세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보장성 변액보험의 민원이 많은 것은 저축과 투자 기능을 강조해 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이유로 실질수익률 공개를 거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증권사도 내기 어려운 투자 수익률을 보험사가 추구한다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고객을 위한다면 불확실성이 높은 수익률을 좇기보다 저렴하고 보장성을 강화한 상품을 만드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보장성 변액보험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비중이 높은 탓에 수익률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도 빈틈이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상품 수익률 요약서 서식안’에 따르면 비용·수수료(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 각종 비용의 금액과 원금 대비 비중을 안내해야 한다.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와 설계사가 가져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는 셈이다. 쉽게 말해, 수익률을 공개하는 순간, 베일에 싸여 있던 사업비와 원가가 드러난다는 얘기다. 
한편에서 ‘보장성 변액보험의 사업비와 원가가 공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생보사가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사업비를 공개하는 보험상품은 저축성보험과 자동차보험 둘뿐이다.

김득의 대표는 “불투명한 사업비가 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을 막고 있다”며 “고객이 낸 보험료에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려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비 비중이 높다면 충분한 설명으로 고객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업비 공개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건 타당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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