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40대 부부는 다양한 재무 이벤트로 고민이 많다. 자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자녀 양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상담 때마다 재무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김형택(43·가명)씨 부부의 ‘기준 세우기’를 도왔다. ‘실전재테크 Lab’ 23편 두번째 이야기다.

자녀를 둔 40대 부부는 양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로 고민에 빠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를 둔 40대 부부는 양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로 고민에 빠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중순에 이사 계획을 잡은 김형택(43·가명)씨와 박미라(41·가명)씨. 부부는 남편 부모님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생각이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결정하게 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전세기간이 끝나면(9월) 세입자가 이사갈 예정이지만 남편 부모님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부모님이 부부에게 전세로 이사를 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계획에 없던 이사로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의 아파트 전세금(3억5000만원)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2억4000만원)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담보 대출잔액(3700만원)도 있다. (결국, 아내가 친정 부모님께 1억원을 빌리고, 모자란 금액 47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채우기로 했다.


부부의 걱정거리는 이사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녀들의 양육비도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자녀들과 이곳저곳 놀러 다니다 보면 지갑이 금세 바닥을 보이기 일쑤였다. 쌈짓돈을 긁어모아 만든 비상금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부부는 대출금을 마련하고 미래의 자녀 양육비를 준비하기 위해 재무상담을 찾았다.

두 사람은 재무상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40대 부부다. 이들은 승진 등으로 소득이 불어났지만 여유롭게 돈을 쓰기 어렵다. 자녀 양육비·내집 마련·노후준비·부모님 병원비 등 한꺼번에 다양한 재무 이벤트가 닥치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를 둔 40대 부부는 양육 문제로 고민이 많다. 노후 준비에 집중하자니 자녀들에게 애정을 쏟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고, 무턱대고 자녀 양육비를 늘리면 퇴직 이후의 삶이 부실해진다. 먼 미래에 자녀들이 부부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무 상담에선 ‘기준’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재무 목표의 우선 순위대로 자금을 분배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필자가 부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자녀 양육비의 양을 정하고 노후준비를 하라”고 충고한 이유다.

자! 이제 부부의 지출 구조를 한번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점은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는 남편 김씨가 월 350만원을 버는데, 소비성 지출(332만원)·비정기 지출(37만원)·금융성 상품(5만원) 등 374만원을 쓰고 24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모아놓은 돈은 비상금 77만원이 고작이다. 부부는 이사·자녀교육비 마련·노후준비 순으로 재무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지출 다이어트는 꼭 필요했다.

우선 생활비(월 80만원)부터 살펴보자. 부부는 지난 상담에서 1차적으로 15만원을 줄여 생활해보기로 했다. 아내 박씨는 인터넷으로 식재료를 대량 구입하곤 했는데,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부부는 재래시장에서 조금씩 사먹는 방식으로 식비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필자는 부부에게 5만원 더 줄여볼 것을 권했다. 성장기인 두 자녀를 둔 김씨 부부에게 생활비 줄이기는 꽤 어려운 일이다. 부부는 일단 외식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절약하기로 마음먹었다. 1주일간 실천해보고 더 줄일지, 생활비 규모를 원래대로 돌릴지 판단하기로 했다.

외식횟수를 줄이니 자연히 여가생활비(25만원)도 줄이기 대상에 포함됐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레저활동은 비용이 꽤 비싼 편이다. 부부는 놀이동산이나 눈썰매장처럼 이용료가 비싼 레저활동은 조금 줄이고, 박물관·기념관 등에 종종 놀러가기로 했다. 남편 김씨도 “아이들과 함께 인근 공원을 자주 다니겠다”며 다짐했다. 이에 따라 여가생활비는 25만원에서 10만원으로 15만원 줄었다.

다음은 보험료(54만원)다. 부부는 각각 종신보험(김씨 17만원 박씨 15만원)과 건강보험(10만원·5만원)에 가입했다. 자녀들은 30세 만기의 어린이보험(4만원·3만원)에 가입돼 있다. 자녀들 보험은 보장항목이나 기간 면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문제는 부부의 보험이다. 종신보험의 경우 사망 시 지급하는 사망보험금 외에 별 다른 혜택이 눈에 띄지 않았다. 건강보험은 보험보장 범위가 넓지 않았다. 뇌출혈·급성심근경색 보장과 입원비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였다. 부부는 보험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보통 1인당 보험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혼자는 소득의 3~4%를 보험료로 지출하면 충분하다. 기혼일 경우 가계 총 소득의 3~7%,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질병이 있는 경우 최대 10%까지 보험료 예산을 산정하면 된다.

부부는 양가 모두 특별한 유전병이 없어 보험료를 많이 책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씨는 암을 비롯해 몇가지 항목을 보장하는 10만원짜리 종신보험과 보장항목이 넓은 건강보험(5만원)에 새로 가입했다. 박씨는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대신 건강보험 비중을 높였다(7만원). 그 결과, 54만원이었던 보험료는 29만원으로 25만원 절감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미용비(15만원)다. 남편 김씨는 머리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한다. 20일에 한번꼴로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다. 주기적으로 5만~6만원짜리 펌도 한다. 김씨는 앞으로 펌 비용을 용돈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용비는 15만원에서 7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밖에 남편 김씨의 용돈(30만원)도 10만원 줄였다. 1차 상담에서 절감한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비(5만원→3만원)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출 다이어트가 모두 끝났다. 김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 72만원(생활비 20만원·여가생활비 15만원·보험료 25만원·렌털비 2만원·남편 용돈 10만원), 비정기 지출 8만원(미용비) 등 총 80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24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월 56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김씨는 “이 정도로는 재무목표를 대비하기에 부족하지 않느냐”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의 말대로 50만원 남짓한 자금으론 노후를 준비하는 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재무상담의 본질은 주어진 경제적 여건 속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부에게 필요한 재무 솔루션이 무엇인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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