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분양 불패 신화

청약 경쟁률과 청약 가점 당첨선은 여전히 높다.[사진=뉴시스]<br>
청약 경쟁률과 청약 가점 당첨선은 여전히 높다.[사진=뉴시스]

14주째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다. 2년 만에 1순위 청약 접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도 나왔다. 청약 경쟁률도 반토막이 났다. 다들 서울 분양시장이 흔들린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분양시장은 정말 종언終焉을 구하고 있는 걸까.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은 오락가락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분양시장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서울 신규 분양시장의 청약 경쟁률이 반토막 났다. 올해 2월 18일까지 진행된 서울 신규 청약 경쟁률은 9대 1. 지난해 1분기(23.2대 1), 4분기(43대 1)와 비교하면 경쟁 수위가 절반 이상 낮아졌다(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이를 두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꺾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4주째 내리막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2년 만에 서울에서 등장한 청약 미달 단지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과연 분양 불패신화는 끝나가고 있는 걸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볼멘소리처럼 “그렇다”고 하기엔 근거가 불확실하다.


먼저 ‘분양 불패 신화’가 꺾였다는 곳을 확인해보자. 지난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건국대학교 바로 옆에 있어 한강이 가깝고 강남 접근성도 높다. 여기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한 곳이다. 경쟁률은 2.3대 1에 불과했다. “청약 경쟁률이 2대 1 수준이라면 미분양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부동산 업계의 관행대로라면 이곳의 청약 성적은 낙제점이다.

문제는 그 이유다.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의 모든 평형은 9억원 이상으로, 분양가의 60%에 달하는 중도금 대출을 할 수 없다. ‘분양시장이 꺾인 게 아니라 중도금 대출이 시장의 판도를 갈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의 상황은 어땠을까.

같은달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최고 분양가 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한채에 33명이 몰렸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경쟁률도 높았다. 같은 조건의 서울 근교도 결과는 같았다. 같은 시기에 분양한 6억원대 아파트 ‘위례포레자이’는 130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느냐가 경쟁력을 극단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분양시장이 종언을 구하고 있다는 걸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는 또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에서 새롭게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2508만원이다. 12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2.7% 올랐다. 청약 가점 당첨선도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서울·경기·인천에서 가장 인기 있던 단지는 아파트 1채에 79명이 몰린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였다. 청약 당첨을 위해서는 평균 62.3점이 필요했다. 1년이 지나자 가장 인기 있는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4점을 더 높여야 했다. ‘위례포레자이’의 평균 합격선이 66점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한파’라기엔 분양시장은 건재하다. 청약 경쟁률이 하락세라는 이유만으로 분양시장이 꺾였다고 보기엔 반론의 근거가 숱하다. 여전히 중도금 대출이 되는 아파트의 경쟁률과 분양가, 당첨을 위한 청약 가점의 기준선은 높다.

부동산 관계자들이 ‘분양불패 신화’가 무너졌다면서 공포를 조장하는 이유도 뻔하다. 부동산 규제를 비판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에 진입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분양가 하락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는데 바닥을 찍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결국 부동산 사업자가 분양 시장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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