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展

❶ 이강소, 소멸-선술집, 1973년, C-프린트, 60×9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❷ 파블로 바엔스 산토스, 매니페스토, 1985~1987년, 캔버스에 유채, 157.6×254.3㎝,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소장

20세기 중후반 아시아는 격동과 파란의 역사를 겪었다. 탈식민과 냉전에 뿌리를 둔 이념 대립, 베트남 전쟁, 민족주의 대두, 근대화, 민주화 운동 등 역사적·사회적 문제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정세와 문화에 예술도 반응했다. 예술가들은 권위와 관습에 저항하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태도를 취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사회와의 관계망 속에서 예술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실험적 미술 운동을 통해 주체성을 자각하고, 서구 근대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5월 6일까지 열리는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전은 격동기에 형성된 아시아 예술의 새로운 경향과 변화를 되짚어 보는 자리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13개국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제목 ‘세상에 눈뜨다’는 이 시기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이 외부나 서구로부터의 유입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적 자각, 이전과 다른 예술 태도, 새로운 주체 등장을 통한 자발적 움직임이 아시아 현대 미술의 주류였다는 얘기다.

❸ 웡호이청, 나는 꿈이 있다(I), 1988년, 캔버스에 유채, 178×86㎝, 찰스 록 및 파리다 스티븐스 소장 ❹ 아카세가와 겐페이, 대일본 0엔 지폐, 1967년, 오프셋 석판화, 14.4×30.8㎝,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전시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 ‘구조를 의심하다’는 20세기 중반 이후 미술의 경계와 정의가 변하기 시작했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 아시아 예술의 특징은 신체나 일상 재료를 이용한 작품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주요 작품은 S. 프리얀토(인도네시아)의 ‘프랑스산 모자’, 이강소(한국)의 ‘소멸-선술집’ 등이다.

2부 ‘예술가와 도시’는 1960년대 이후 근대화·산업화에 따라 달라진 도시 환경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본다. 이 시기 도시는 예술가에게 시각 자료의 원천이자 표현 무대였으며 도시화로 인해 파생된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오윤(한국)의 ‘마케팅 I : 지옥도’, 아카세가와 겐페이(일본)의 ‘대일본 0엔 지폐’ 등이 대표 작품이다.

3부 ‘새로운 연대’에선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짚어본다. 196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의 공통분모는 군사정권과 민주화 운동이었다. 예술가들은 서로 연대하며 권력과 사회적 금기·이데올로기에 예술 행동주의로 맞섰다. 주요 작품으로는 파블로 바엔스 산토스(필리핀)의 ‘매니페스토’, 웡호이청(말레이시아)의 ‘나는 꿈이 있다 (I)’ 등이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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