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마이너 3사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일부에선 ‘지속경영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다. 특히 몇년간 순항해오던 르노삼성이 회사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무너진 건 심각한 위기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노사 갈등과 내수 시장 부진은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과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특히 르노삼성의 위기는 심각하다.[사진=뉴시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특히 르노삼성의 위기는 심각하다.[사진=뉴시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다. 내수ㆍ수출 부진에 따른 자동차와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관련 기업이 숱하게 많다. 한국차 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ㆍ저생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가 위기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반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들이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광주형 일자리에 다시 시동이 걸린 건 다행인 것처럼 보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신규 생산설비 및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지자체와 기업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억누르는 요소는 이렇게 많다. 

그렇다보니 산업의 뿌리인 완성차 5개사의 미래도 캄캄하다.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현대차ㆍ기아차는 최근 움직임이 바쁘다. 2% 초반에 머물고 있는 영업이익률 개선이 시급해서다. 하지만 나머지 3사의 상황을 보면 그나마 현대차ㆍ기아차는 사정이 낫다. 

언뜻 선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쌍용차는 디젤차 위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이 부담이다. 향후 실행될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등 미래전략도 불투명하다. 자금 부족으로 신차 개발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한국GM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다. 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연구ㆍ개발(R&D) 법인 분리 등 이해할 수 없는 경영결정이 계속됐다. 핵심 신차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미국 GM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하면, 한국GM은 철수 이슈에 언제든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르노삼성까지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판매 부진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실적이 계속 악화돼 내수시장 점유율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아직도 끝내지 못한 노사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필자는 르노삼성의 위기가 유독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간 르노삼성은 판매 전략과 노사관계, 본사와의 소통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글로벌 제조사의 합작법인과 달리, 르노삼성은 현지 맞춤전략으로 내수시장을 공략해왔다. 초소형 전기차의 상징인 ‘트위지’의 생산시설을 스페인에서 부산으로 옮긴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런 관계가 어느덧 멀어져 지금은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의 로스 모저스 부회장이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위탁생산 물량을 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질 정도로 위태롭다. 르노삼성의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GM 사태보다 더 끔찍한 결말이 올 수도 있다. 르노삼성이 무너지면 부산 지역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

해결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먼저 노조는 파업을 풀고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 회사 경영이 순탄할 때 연봉인상을 주장하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미 르노삼성의 판매 경쟁력은 악화됐다. 2016년 11만1101대로 정점을 찍은 판매량은 2017년 10만537대, 2018년 9만369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판매도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봉 인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회사의 존립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노사가 함께 위기를 공유해야 한다. 회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노조도 없다. 이는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회사 역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신차 전략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 현재 르노삼성은 신차도 없이 기존 차량으로 전쟁에서 싸우고 있다. 언제까지 해묵은 SM, QM 시리즈에만 의존할 순 없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만한 획기적인 상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야 다시금 내수시장 3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르노 본사와 같은 차종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디자인이나 옵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한 특화된 차종을 요구할 수도 있다. 르노삼성은 독자적인 R&D 능력과 생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 더불어 아직은 개화기인 초소형차 시장을 르노삼성이 선점해야 한다. 트위지의 성능이 더 개선된다면, 르노삼성은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초소형차 리딩 기업이 될 수 있다. 르노삼성은 나름의 역사와 색깔을 갖춘 회사다. 이대로 무너져선 안된다. 르노삼성의 재도약이 한국차 산업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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