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하면 경매가격 ‘뚝뚝’

경매를 통한 전세금 변제는 세입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경매를 통한 전세금 변제는 세입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없다.[사진=연합뉴스]

역전세 때문이든 집주인의 횡포 때문이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세입자는 눈앞이 깜깜하다. 집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가려면 전세금을 빼가야 해서다. 자칫하면 좋은 이동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경매처분해서 돈을 받으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전세와 경매처분의 진실을 취재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은 이제 의무가 아닌 필수다. 한해 몇십만원의 보증료만 부담하면 그 보증료를 받아간 곳에서 채권을 회수하고 전세금을 곧장 돌려주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의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건수는 8만9350건(19조364억원)으로, 지난해(6만1905건)보다 약 2만7000건 늘었다. 

눈여겨 볼 것은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기준 전세금을 대신 내준 액수는 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억원)보다 8배 늘었다. 그만큼 세입자가 전세금을 못 받는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해당 상품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리 많지 않다. 일부에선 “집을 경매로 넘겨서 돈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경매가 집주인들에게 본떼를 보여줄 특효약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송을 해도 승소 후엔 경매절차로 간다. 전세권 설정을 해도 경매를 거쳐 돈을 돌려받는다. 집주인이 버티면 방법은 경매라는 얘기다.

 

문제는 경매가 세입자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역전세난 우려 지역은 경매물건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경매가 힘들 수 있다”면서 “이럴 때는 전세금 일부를 떼일 가능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경매가격이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는 것도 함정이다. 법무부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최근(올해 2월 3주) 진행된 경매 매물로 나온 아파트(경매낙찰가 4억~7억원 기준)의 감정평가액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보다 적게는 10%대, 많게는 30%대나 낮았다. 낙찰이 돼도 문제다. 

세입자의 채권이 후순위로 잡혀 있다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럴 경우, 집주인 주머니 사정이 나쁘면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 결국 경매는 세입자들의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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