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생각좌표 | 유연근무제가 필요한 이유 

한국의 평균 통근시간은 74분. 일본의 평균 통근시간(39분)보다 두 배가량 높다. 한국의 출퇴근 시간이 ‘지옥’에 비유되는 이유다. 아침마다 콩나물 시루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워라밸의 시대, 한국에 근무 장소와 시간을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유연근무제’ 확산이 필수인 이유다.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선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워라밸을 실현하기 위해선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전세계적으로 이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목적은 워라밸의 실현이다. 우수한 기업문화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주는 기업들은 ‘워라밸 기업’으로 꼽혀 청년세대로부터 각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이 워라밸을 충실히 실현하고 있는 국가인가’라는 물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이 현실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KiRi고령화리뷰’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워라밸 지수에서 10점 만점 중 4.7점을 받았다. 35개 회원국 중 32위로 꼴찌 그룹이었다.

한국이 워라밸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평균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서다. 2017년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4시간. OECD 회원국 중에서 세번째로 길었다. 

통근시간이 유난히 오래 걸리는 점도 문제다. 2017년 독일의 달리아 리서치의 조사 결과, 한국인의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74분이었다. 일본인의 평균 통근시간(39분)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길다.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길면 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통근시간이 긴 사람일 수록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위험 등 각종 건강지표가 악화됐다. 이는 곧 업무 효율성ㆍ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개인과 기업 모두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월급쟁이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은 도심에 몰려 있고 그 주변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안이 없진 않다. 유연근무제를 기업이 적극 도입하면 장거리 통근에 신음하는 직원들은 줄어들 것이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 스스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는 제도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리저스에 따르면, 유연근무제의 확산이 2030년까지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부가가치는 10조4000억 달러(약 1경1709조원)에 달한다. 유연근무제의 가장 큰 이점은 ‘통근시간의 절약’이다. 만약 유연근무제 도입이 확산되면 20 30년까지 통근에 소요되는 35억3000만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의 생산성도 덩달아 향상된다. 통근에 따른 스트레스가 줄어들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69.9%가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답했다. 27,7%는 “생산성도 향상됐다”고 했다.

물론 기업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제도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유오피스와 같은 유연한 업무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공유오피스는 출퇴근 부담을 줄이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워라밸을 촉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러시아워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회사에 도착한다. 기업 경영진이라면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 고민할 때다. 
라스 위티그 리저스 한국 및 아세안 영업 총괄부사장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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