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부조직 못 보는 MRI

첨단영상장비가 모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MRI(자기공명영상법), X-ray는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MRI는 협착증·허리디스크·종양·뇌경색 등을 진단하는 장비다. X-ray는 골절, 척추·관절의 뼈의 상태, 내과적으론 폐렴·결핵 등을 진단하는 데도 사용한다.

MRI와 X-ray는 가장 막강한 영상진단 장치지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MRI는 인체 내부의 수소원자핵을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진동시키는데, 이때 수소원자핵이 방출하는 주파수를 컴퓨터가 계산해 영상을 얻는다. 그래서 인체 내부의 수분의 함량에 따라 음영이 달라진다. 참고로 수분은 수소원자핵을 포함하고 있다. X-ray는 X선이 인체를 투과하는 정도에 따라 음영의 색깔이 정해진다. 주로 뼈와 같은 단단한 결체조직 위주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원리 때문에 영상진단장치들은 인체의 일부분만을 볼 수 있다. MRI나 X-ray 상으로는 아무런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지만 환자가 각종 관절통을 호소하는 예가 숱하게 많은 이유다.

가령, 내원한 50대 남성 A씨는 계단을 내려가는 건 괜찮지만 올라가는 건 힘들고, 무릎을 쭉 펴면 슬개골 아래에 통증이 생겨서 절름발이로 걷게 된 지 수개월째였다. X- ray 상으로는 정상이었고 진통소염제를 복용해도 호전이 없었다.

원인은 복재신경의 슬개하 분지(infrapatella branch of saphenous nerve)가 봉공근(힘줄근)·대내전근과 같은 허벅지 내측근육에 압박을 받아서 생기는 통증이었다. 특정 자세에서 압박을 받아 통증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 환자는 허벅지 내측을 침으로 치료하면서 드라마틱하게 호전됐다.

60대 여성 B씨는 구두를 신을 때마다 발가락 사이, 발등이 아파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X-ray, CT, 초음파 검사 등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깔창도 소용 없었다. 원인은 발등의 발가락뼈 사이에 있는 골간근의 과긴장에 있었다. 구두처럼 볼이 좁은 신발을 신으면 골간근이 압박을 받아서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침으로 골간근을 수차례 치료하자 B씨는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

60대 남성 C씨는 좌측 엉덩이가 바늘로 찌르는 것 같고, 사타구니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조금만 걸어도 쉬어야 했다. MRI도 찍었는데 정상으로 나와 답답하게 지냈다고 한다. 통증은 흉요추연접부의 흉추 12번 부근에서 아래로 뻗어나가는 신경가지가 척추 다열근에 눌려서 발생했다. 이 환자는 대용량의 약침 및 침도 치료로 호전됐다.

사례에서 언급된 증상들의 공통점은 근육의 과긴장과 말초신경의 압박이다. 하지만 이런 연부조직들은 MRI와 X-ray 상에선 특이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선 환자의 통증 부위 및 양상을 세심하게 진찰하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김정명 튼튼마디한의원 대전점 원장 ttjointd@ttjoin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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