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언제까지 늘어날까
밀레니얼 세대는 부정적 시그널

“망하게 생겼다”면서 우는소리를 내뱉던 백화점이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벼랑에 몰렸던 백화점을 구해낸 건 ‘명품’이었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가파르게 늘자, 총매출도 껑충 뛰어올랐다. 문제는 백화점 명품 매출이 언제까지 증가할 수 있겠느냐다. 명품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명품 덕에 웃은 백화점과 그 속에 숨은 ‘양날의 검’을 취재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온라인 전략'은 백화점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온라인 전략'은 백화점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지난해 모처럼 웃은 채널이 있다. 바로 백화점이다. 지난해 백화점 3사(롯데백ㆍ신세계ㆍ현대백)의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각각 7.4%(2017년 3960억원→2018년 4250억원), 10.2%(2017년 2198억원→2018년 2423억원) 늘었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의 지매출액이 전년 대비 2.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실적이다.

‘죽겠다’며 우는소리를 내뱉던 백화점을 구해낸 건 ‘명품’이다. 지난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모두 두자릿수(롯데백 18.5%ㆍ신세계 20.7%ㆍ현대백 18.3%)를 기록했고, 이는 백화점 전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럽게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백화점 매출 중 명품 비중은 21.3%로 2016년 12월 14.7% 대비 6.6%포인트 높아졌다. 백화점 매출의 5분의 1이 명품에서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백화점에 명품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백화점의 명품 실적이 언제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백화점 명품 매출이 쪼그라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일컬어지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의 주요 구매처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영국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42.0%(2017년)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입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온라인 구매 비중(28.0%)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 베인앤컴퍼니가 “온라인 명품시장이 2020년까지 15.0% 커지는 동안 오프라인 성장률은 2.0~3.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백화점엔 부담스러운 변수다. 온라인 전략이 통하면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거나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펜디ㆍ지방시 등을 소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2017년 6월 150개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쇼핑몰 ‘24세브르스닷컴(24Sevres.com)’을 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영국 기반의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인 리스트(Lyst)에 6650만~1억3300만달러(약 747억~1494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까르띠에ㆍ반클리프앤아펠 등을 가진 리치몬트(Richemont)도 지난해 5월 온라인 명품 리테일 그룹 육스네타포르테(Yoox Net-A-Porter)를 인수했다.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하던 샤넬마저 지난해 10월 뷰티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 업계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 할인전 외엔 명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은 따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 상위 15개 백화점에 명품 3대 브랜드(루이비통ㆍ샤넬ㆍ에르메스)가 최소 1개 이상(한국투자증권) 입점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내까지 편안할리 없다. 명품 덕에 오랜만에 웃은 백화점, 자칫 명품 탓에 울게 생겼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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