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바이오·제약사업 진출
부실한 본업 메울지 관심
소홀한 R&D 투자 괜찮나

“OCI의 바이오ㆍ제약산업 진출 전략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OCI의 신사업 추진에 관한 전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본업인 태양광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아서다. 연구개발(R&D) 비용의 지출 비중도 낮다. 이우현(51) OCI 사장의 경영능력이 뒤늦게 도마에 오른 이유다. 한 우물도 제대로 못 파는데 새 우물은 잘 파겠느냐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우현 사장이 밀어붙이는 신성장동력 사업을 분석했다. 

이우현 OCI 사장의 경영능력에 관한 의심이 싹트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우현 OCI 사장의 경영능력에 관한 의심이 싹트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이오산업이나 제약산업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이우현 OCI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OCI의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ㆍ제약산업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발표였다. OCI는 이미 2개월 전(2018년 5월) 부광약품과 50대 50으로 합작투자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합작사 ‘비앤오바이오’를 설립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양사는 향후 5년간 100억원 이상의 공동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OCI는 부광약품 주식 151만786주(428억5000만원ㆍ주당 2만8364원)를 매입하기도 했다.

당시 OCI는 화장품 원료와 생체 적합성 물질, 바이오 케미칼 등 바이오 원료를 생산하는 바이오사업본부도 신설했다. 대웅제약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한 바이오전문가 최수진 박사를 영입해 바이오사업본부장으로 앉혔다. 비앤오바이오에서는 신약개발을, 자체 바이오사업본부에서는 원료물질을 생산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3분기 OCI 콘퍼런스콜에서 또한번의 발표를 했다. “인수ㆍ합병(M&A)을 포함해 투자, 라이선스-인(기술도입) 혹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 개발 등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겠다. 장기 전략적 투자자로서 국내외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겠다는 거였다. 향후 500억원을 투입해 항암치료제 분야 바이오 업체를 M&A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덧붙였다. 


계획은 현실로 이어졌다. 올해 1월 OCI는 국내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 기업의 지분 29.3%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항암치료제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첫 베팅이었다. OCI는 이 계약을 통해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연구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됐다.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SNB-101)을 개발한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올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약처에 임상1상 승인 신청을 앞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현재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 전 동물을 대상으로 생체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임상시험’ 단계다. 

그러자 시장에선 “바이오ㆍ제약산업 진출 전략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OCI가 내세운 새로운 먹거리는 순조롭게 안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 사장은 OCI 기업설명회가 열릴 때마다 주주들에게 직접 나서 이런 경영 상황들을 설명했다. 주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만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OCI의 바이오ㆍ제약 사업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우려의 대부분은 본업의 부실에서 나온다. OCI의 본업은 폴리실리콘 등을 제조ㆍ판매하는 베이직케미칼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 매출(연결기준)의 49%를 차지한다. 태양광 발전소 등을 지어 판매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14%)까지 합하면 총 매출의 63%가 태양광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문제는 실적이다. OCI가 발표한 2018년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2017년 3조6316억원에서 3조1121억원으로 -14.3%, 영업이익은 2844억원에서 1586억원으로 -44.2%, 당기순이익은 2326억원에서 1038억원으로 -55.3%를 기록했다.

반대로 금융비용 지출은 꽤 높다. 2015년 1709억원이던 금융비용은 2017년 209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금융비용은 1039억원에 이른다. OCI 관계자는 "지난해 총 금융비용이 1335억원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OCI 영업이익이 158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OCI 본업 부실 우려 

물론 태양광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시장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태양광 정보 사이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당 17.83달러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2월 27일 현재 평균 9.04달러로 49.3%나 떨어졌다.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는 거다. 이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우현 사장이 CEO로서 수익률 방어까지 못해낸 건 심각한 문제다. 

이 사장은 지난 2015년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이 불거지자 태양광 발전사업을 키워 다운스트림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이 생겨난 것도 이때다. 폴리실리콘을 직접 소비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놓으면 장기간 발전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발전사업이 정책에 따라 오락가락하니 장기 전략이 어렵고, 리스크가 컸던 거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이 덩치(매출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확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OCI 사업 부문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총 매출의 22.3%를 차지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2016년보다 매출이 4309억원에서 8107억원으로 88.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85억원에서 83억원으로 되레 55.1% 줄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베이직케미칼 부문 영업이익률이 9.9%, 카본케미칼 부문이 11.8%인 점을 감안하면 덩치만 크고 돈은 안 되는 사업이 점점 더 커진 셈이다. 

물론 지난해 에너지솔루션 부문 실적은 매출 4830억원, 영업이익 616억원으로 상당히 개선됐다. 다만 실적 개선이 태양광 발전소가 아니라 주로 새만금산업단지(OCISE가 운영)의 열병합 발전소 사업에 기인한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다. 

OCI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7년 기준 OCI의 R&D 비용 지출액은 총 211억원이다. 매출 대비 비중이 0.58%에 불과하다. 이 사장이 취임한 2013년 1.72%(316억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축소다. 같은 업종이지만 R&D 비용의 비중(매출 대비)을 2016년 1.87%에서 2017년 2.54%로 끌어올린 한화케미칼과 대조된다. R&D 비용 감소가 OCI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바이오ㆍ제약 업종은 오랜 기간 투자할 R&D 비용을 확보하는 게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ㆍ제약업종의 매출 대비 R&D 비용은 7~10%인데, 외국 기업들은 이보다 2~3배가량 더 높은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 여유가 없으니 R&D 비용의 비중을 늘릴 수 없었던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다고 OCI 곳간에 돈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7407억원, 단기금융자산도 5345억원에 달한다. 바이오ㆍ제약사업을 착실하게 추진한다는 평가와는 별도로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M&A 전문가는 “본업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업에 뛰어들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돈이 돌지 않으면 당연히 신사업에 투자를 할 돈도 고갈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본업도 신사업도 다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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