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에 비해 저축한 돈이 턱없이 모자라면 어쩔 텐가.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이유로 다소 위험하지만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수익성만 좇다보면 원금마저 손해를 볼 수 있다. 자신의 재무 목표의 특성에 걸맞은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금융상품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실전 재테크 Lab’ 23편 마지막 이야기다.

재무목표의 성격에 걸맞은 상품을 활용하면 재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목표의 성격에 걸맞은 상품을 활용하면 재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가을 갑작스럽게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김형택(43·가명)씨와 박미라(41·가명)씨. 부부는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자금(3억5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 김씨 부모님의 ‘SOS’로 이사를 계획하게 됐다(김씨 부모님은 전세자금으로 시골에 집과 논을 매입한 상태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2억4000만원)보다 전셋값이 비싼 탓에 박씨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1억원 빌리기로 했다. 전세자금 중에는 전세담보대출(3700만원)도 포함돼 있는데, 집을 옮기면 부족한 1300만원을 추가해 다시 빌려야할 판이었다.

전세자금을 빼면 부부는 모아놓은 돈이 없다. 현금이라곤 비상금 통장에 있는 77만원과 몇년 전 가입한 청약저축(월 5만원)이 전부다. 그마저도 초등학생 두 자녀의 간식비와 여가생활비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다. 남편의 월소득은 350만원. 점점 불어나는 양육비와 노후 준비 등의 부담감을 떨치기엔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 앞으로가 불안해진 김씨 부부는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생활비와 자녀들 여가비용을 줄이기로 한 김씨 부부의 ‘통 큰 결정’ 덕분이었다. 이에 월 24만원씩 적자가 나던 가계부도 56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에게 좋은 소식도 생겼다. 김씨 부모님이 1억원가량 돈을 마련하면서 전셋값을 낮출 수 있게 된 거다. 김씨는 “가능하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2억4000만원)으로 맞춰 보겠다고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골칫덩이였던 전셋값 문제가 해결됐으니 재무 목표의 우선순위를 다시 짤 필요가 있었다. 김씨 부부는 비상금 마련(3000만원)을 1순위로 정했다. 단기적으로는 이사 비용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들쑥날쑥하는 지출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2순위는 부부의 노후자금이다. 개인연금으로만 월 100만원씩 수령하는 게 김씨 부부의 목표다. 이어서 자녀들 사교육비(3000만원)와 대학등록금(1400만원)도 목표로 잡았다.

생각보다 노후 준비에 들어가는 자금의 비중이 컸는데, 현재 국민연금 지급 상황을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민연금 신규가입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4%인데, 평균 지급금액으로 환산하면 52만30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으론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씨 부부가 개인연금 100만원을 목표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김씨 부부가 당장 노후 준비에 힘을 쏟기엔 자녀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초등학교 1·3학년). 점점 늘어날 교육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더구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교육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텐데, 그때는 맞벌이를 해야 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부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노후 준비를 최소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재무 솔루션을 하나씩 만들어보자. 먼저 비상금이다. 김씨 부부는 지난 상담에서 보험을 상당부분 정리해 해지환급금 547만원을 받았다. 부부는 기존 비상금통장에 있던 77만원을 더해 총 624만원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기로 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변동폭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가령,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일정가격 밑으로 떨어지지 않거나 목표주가에 도달하면 약속했던 수익률(5~25%)을 보장하는 식이다. 투자방법 중에선 중수익·중위험에 속하는데, 재테크 초보인 부부에게는 리스크가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부부는 기대수익률(연 2~7.4%)은 다소 낮지만 원금을 보전해주는 원금보장형 ELS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사 문제로 재무상황이 변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이 가능하도록 옵션도 설정했다.

부부는 저율과세상품(월 20만원)도 가입했다. 농협·신협·축협 등 상호금융기관에서 예금이나 적금은 3000만원까지 소득세(14%)를 매기지 않는다. 처음에 1만~3만원 정도의 개설비용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저율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후 준비로는 저사업비 변액연금(16만원)을 선택했다. 비과세인데다 암·뇌질환·심장질환 시 차후 납입금을 보험사에서 대체납입해주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회사를 그만둘 경우 납입도 종료돼 퇴직 이후 납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정도로는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부부는 상여금 등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추가 납입해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로 했다.

자녀들의 교육비와 대학등록금은 펀드상품(20만원)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소득에 여유가 있다면 안전자산인 저축상품으로 준비하면 좋지만 김씨 부부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다. 대신 실제로 모은 돈을 쓰는 때가 최소 7년(첫째 고등학교 입학)에서 13년(대학 입학) 뒤라는 점을 이용해 안정성이 높은 장기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펀드 구성에서 배당형 펀드의 비중도 높였다.

이로써 김씨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출 다이어트로 확보한 잉여자금 56만원은 비상금(624만원+월 20만원)·노후 준비(16만원)·교육비와 등록금(20만원) 등 4가지 재무 이벤트를 대비하는 데 알뜰히 분배됐다.

이제 김씨 부부에게 남은 과제는 달라진 지출 계획을 어떻게 잘 지키느냐다. 부부는 식비와 자녀 여가생활비를 줄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어서였다.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돈을 쓰면 재무 목표를 달성할 기회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김씨 부부가 마음을 다잡고 계획대로 실천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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