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은 왜 무너졌나

1980년대 말 일본 편의점들이 한국 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그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일본 편의점 브랜드 중에 가장 일본 모델과 유사한 건 미니스톱이다. 미니스톱은 국내 편의점 대비 넓은 크기로 출점하고, 최저수입보증제도를 통해 점주의 수입을 보증하고 있다. ‘마이웨이’를 걸어온 셈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미니스톱이 지난해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남다른 길을 가던 미니스톱은 왜 내리막길을 걷게 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지난해 9월 한국미니스톱이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무산됐다.[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한국미니스톱이 매각 절차를 밟았지만, 무산됐다.[사진=뉴시스]

편의점 수가 4만개를 넘어선 한국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편의점 공화국이다.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지 30년 만의 일이다. 편의점 업태가 생소하던 한국 시장에 1980년대 후반 일본의 편의점 업체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물밀듯 들어왔다. 1989년 코리아세븐이 들여온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같은 해에 태인유통(현 SPC그룹)이 로손을, 1990년엔 보광그룹(현 BGF리테일) 훼미리마트를 수입해 왔다. 미니스톱도 그중 하나다.

식품업체 미원(현 대상)이 일본 유통기업 이온그룹 산하 미니스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에 둥지를 텄다. 이후 2003년 대상이 지분 55%(20%는 유지)를 이온그룹(현재 지분율 76%)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한국미니스톱의 최대 주주는 이온그룹으로 사실상 일본 기업이다.

미니스톱이 내세운 전략은 일본 편의점 모델과 닮았다. 대표적인 게 ‘대형 편의점’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미니스톱은 ‘편의점+패스트푸드’가 결합한 ‘콤보 편의점’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을 먹는 게 익숙하지 않던 시절부터 미니스톱은 치킨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매장 내에서 즉석식품을 조리해서 판매하기 위해 조리실과 식사ㆍ휴식 공간을 갖춘 대형 점포 위주로 출점했다.

실제로 미니스톱의 평균 매장 규모는 82.6㎡(약 25평)으로 국내 편의점 평균 규모 72.7㎡(약 22평)보다 넓다. 2016년부터는 ‘표준매장’을 도입해 100㎡(약 30평) 규모로 출점하고 있다. 대형 점포 위주로 매장을 내다보니 속도는 더뎠다. 지난해 미니스톱 가맹점 수는 2447개 (이하 공정거래위원회)로 CU(1만2372개), GS25(1만2293개), 세븐일레븐(8878개)에 크게 못 미쳤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매장을 확대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공간을 넓혀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매장 체류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점포 수익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최저수입보증제도’도 운영해오고 있다. 최저수입보증제도는 가맹점 매출이 부진할 경우, 본사가 점주의 최저수입을 보증하는 제도다. 일본 편의점에서 보편화한 방식으로, 경영 악화를 겪는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미니스톱은 완전가맹점(점포임차 점주) 기준, 최저수입이 월 583만원 이하일 경우, 연간 7000만원 한도 내에서 계약기간(5년) 동안 지원한다.

지원금의 기준이 되는 총수입은 매출총이익(매출액-상품원가)에서 가맹수수료(로열티)를 제한 금액이다. 연간 지원금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분을 회수한다.[※참고: 총수입에서 영업비용(임대료, 인건비, 전기세, 카드수수료 등)을 뺀 게 점주의 최종 수익이다.] 국내 업체들도 최저수익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방식이 미니스톱과 다르다. GS25(월 800만원ㆍ연간 9600만원, 이하 24시간 점포 기준)와 CU(470만원+월임차료)는 회수하지 않는 초기 지원금 형태로 2년간만 제공한다.

뜨거운 감자 ‘최저수입보증제도’

미니스톱은 소규모ㆍ다점포 전략을 펼쳐온 국내 주요 편의점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실제로 국내 편의점 빅4(GS25ㆍCU세븐일레븐ㆍ이마트24)는 그동안 속도경쟁을 벌여왔다. 매대 하나 들여놓기도 힘든 좁은 매장에도 간판을 달았다. 그 결과, 국내 편의점 규모는 지난 2010년 76.7㎡(약 23평)에서 2017년 72.7㎡(약 22평)으로 매년 쪼그라들었다. 편의점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132㎡ㆍ약 40평)과 비교해도 작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시그널이 울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시그널이 울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같은 출점 경쟁의 결과 2014~2017년 점포수(이하 고용진 의원실)는 GS25 4139개, CU 4095개, 세븐일레븐 2328개, 증가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곡소리가 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포함 등으로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편의점 업계는 상생안을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마이웨이’를 가던 미니스톱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미니스톱의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온그룹이 올해 1월 매각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미니스톱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려스럽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사를 찾는 차원이었다”면서 “미니스톱 운영을 접을 계획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미니스톱의 입지가 약화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락세 걷는 미니스톱

한국미니스톱의 영업이익은 급감하는 동안 모회사인 일본미니스톱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미니스톱의 2017년 매출액은 1조1853억원으로 전년(1조1722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5%(34억원→26억원) 감소했다. 경영 상황은 악화하는 데 일본에 주는 로열티(매출액의 0.04%)는 2015년 38억원, 2016년 53억원, 2017년 5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로열티로 거액이 빠져나가는 동안 신선식품이나 PB(Private Brand) 상품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10월에야 PB브랜드 ‘미니 퍼스트’를 출시한 건 단적인 예다. 국내 편의점 업계가 HMR(Home Meal Replacement)ㆍ디저트ㆍ신선식품 등을 출시하며 ‘편의점 트렌드’를 이끄는 동안 미니스톱은 이렇다 할 히트상품을 선보이지 못한 셈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지 못한 미니스톱과 트렌드를 이끌며 영역을 넓혀온 국내 편의점 업체 모두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편의점 가맹점주가 독립적으로 경영을 할 수 없고, 수익을 낼 수 없을 만큼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면서 “편의점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주의 일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상생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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