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에 부는 M&A 돈바람, 시장 키울까 삼킬까 
유료방송시장에 부는 M&A 돈바람, 시장 키울까 삼킬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328
  • 승인 2019.03.0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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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늪에 빠진 유료방송시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CJ헬로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시장에서도 하 부회장이 말하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있을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일부에선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시너지 효과 대비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의 M&A 신호탄이 유료방송시장에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도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유료방송시장에 부는 M&A 돈바람을 취재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당분간 각자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당분간 각자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인수ㆍ합병(M&A) 이슈로 유료방송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지난 2월 14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 주식을 8000억원(50%+1주)에 전격 인수하면서다. 21일엔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태광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 티브로드(업계 2위) 인수에 나섰다. 그러자 딜라이브(업계 3위)를 가져가려는 KT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참고 : KT는 딜라이브 인수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현재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점유율을 3분의 1(33%)로 제한) 재도입 여부가 불투명해 인수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6월 일몰된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규제 대상에 포함돼서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4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CJ헬로는 케이블TV업계 리더로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케이블TV업체 인수는 이동통신사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통사로선 ‘5세대(5G)’로 재편될 이동통신 시장의 핵심 축인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콘텐트 유치, 홈쇼핑 수수료 협상, 해외 플랫폼 업체들과의 대응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또한 유ㆍ무선 결합을 위한 잠재고객을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MVNO) 망이용료를 내재화하면 LG유플러스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점(김민정 DGB금융그룹 애널리스트), 통신사업으로나 유료방송사업으로나 강력한 경쟁자를 줄였다는 점(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일부에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변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심사는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년(심사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것을 “아쉬운 사례”라면서 “CJ헬로가 다시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8000억원 결코 작지 않아

LG유플러스가 이번 기회에 ‘만년 업계 꼴찌’를 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8000억원이라는 인수 가격이다. 사실 케이블TV업계는 이통사들이 주축이 된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린 지 오래다. 2000년대 후반 이통사들은 디지털 서비스, 주문형비디오(VOD),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까지 잇는 결합상품 등을 앞세워 IPTV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다.

반면 아날로그 서비스에만 안주하던 케이블TV는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수익도 감소했다. 물론 일부는 사물인터넷(IoT)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CJ헬로의 실적(잠정)을 보면 매출은 1조1780억원에 달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80억원과 396억원에 그쳤다. 2015년과 비교해 영업이익(1049억원)은 35.1%, 당기순이익(596억원)은 33.5% 줄었다. 말하자면 LG유플러스는 쓰러져가는 집을 8000억원에 산 셈인데,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CJ헬로가 가진 가입자 규모(알뜰폰 81만명, 초고속인터넷 80만명, 케이블TV 약 420만명)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도 “CJ헬로 인수 가격은 가입자 1인당 가치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따라서 늘어나는 가입자로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자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변수인 만큼 향후 LG유플러스 실적에 따라 가격 적정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입자 유치 비용을 감안하면 인수 가격이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가입자를 IPTV 쪽으로 임의 전환할 수는 없다”면서 “당분간 IPTV와 케이블TV 사업을 함께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따라서 투자비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 부회장은 최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다르다”면서 “일정 기간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장 합병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전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M&A 이슈에도 주식시장은 잠잠

그래서일까.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주가는 M&A 이슈에도 별 반응이 없다. CJ헬로 주가는 M&A 발표 전인 2월 11일 1만1100원이었다가 발표날인 14일에는 1만500원이었고, 18일까지 9550원으로 떨어졌다. 갈수록 하락세다. 2월 27일 기준 9530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 역시 2월 11일 1만5100원에서 14일 1만4950원으로 되레 떨어졌다. 이후 1만4850원과 1만5000원 사이를 오르내리다 27일 1만5200원으로 소폭 오른 게 전부다. 

물론 M&A가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다. 시너지 효과가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주가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고, 주식시장은 M&A의 미래가치를 고려한다는 점 등은 분명히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큰 호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LG유플러스가 쏘아올린 M&A 신호탄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이 신호탄이 이통사들의 M&A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이후 유료방송시장을 뒤흔든 M&A 돈바람은 과연 시장을 키울까, 아니면 진흙탕 싸움을 부추길까. 유료방송시장이 M&A 늪에 빠졌고, 그 중심에 LG유플러스가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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