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LG반도체 등 정부 주도 M&A가 남긴 것
현대차-기아차 M&A 한국시장에 도움 됐을까

정부가 본격적으로 인수ㆍ합병(M&A)을 주도한 건 1997년 외환위기 때다.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지목됐고, 정부는 빅딜을 단행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우그룹은 무리한 인수로 해체됐고, LG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 회생하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독점화된 원인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가 주도했던 M&A를 살펴봤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대기업 간 빅딜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대기업 간 빅딜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빅딜(Big Deal). 대기업 간 사업을 교환하거나 매각하는 인수ㆍ합병(M&A) 방식이다. 중복투자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게 빅딜의 목적이다. 그동안 빅딜은 주로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다. 빅딜이 나온 배경과 관련이 깊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지목됐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빅딜을 꺼내들었다.  

삼성ㆍ현대ㆍLGㆍ대우 등 주요 대기업들은 빅딜의 대상이 됐다. LG의 반도체는 현대의 석유화학과 거래됐고, 대우와 현대차는 각각 쌍용차와 기아차를 인수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LG반도체를 삼킨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은 1년 만에 탈이 났고, 10여년간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대우그룹에 쌍용차는 독이 든 성배였다.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건 쌍용차를 무리하게 인수한 탓이 컸다.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한편에선 국내 자동차 생태계를 어지럽힌 주범으로 꼽힌다. 사실상 현대차ㆍ기아차의 독점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산업은행의 자회사들은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헐값매각, 특혜시비 논란은 때마다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M&A의 문제는 산업 논리보다는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는 데다, 단기적 성과를 내기 급급하다는 데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맥락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빅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M&A에 이목이 쏠린다. 주변의 우려에도 성급하게 빅딜을 밀어붙이는 게 그때의 데자뷔처럼 보여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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