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인수
대표적 승자의 저주로 꼽혀
윤석금, 코웨이 찾는 데 6년 걸려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롯데그룹의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 등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M&A는 기업의 취약한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한번에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M&A가 기업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M&A가 ‘승자의 저주’라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M&A에 성공한 기업들이 시달리는 ‘승자의 저주’를 살펴봤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M&A한 대우건설은 ‘승자의 저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사진=뉴시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M&A한 대우건설은 ‘승자의 저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사진=뉴시스]

인수·합병(M&A)은 ‘양날의 칼’과 같다. 성공적인 M&A는 경쟁자를 단숨에 압도하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기업의 목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 수 있다. ‘승자의 저주’라는 무서운 덫이 숨어 있어서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실제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한 경우다. 둘째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인수에 나설 때다. 마지막은 기존의 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다.

그중 첫째와 둘째 이유가 합쳐져 ‘승자의 저주’에 휩싸이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는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인수했다. 2008년 1월에는 4조1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통운마저 삼켰다. 하지만 과도한 인수금은 ‘독’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인수금액의 절반이 넘는 3조5000억원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마련한 게 화근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핵심 계열사가 워크아웃(2009년 12월)에 들어가는 등 그룹 전체가 휘청였다.

웅진그룹은 다른 사업에 진출했다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교육·식품·생활가전 부문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웅진은 건설(2007년 극동건설 인수)과 태양광산업(2008년 새한)에 뛰어들었다가 벼랑에 몰렸다. 극동건설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진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13년 매각한 코웨이를 다시 찾는 데 6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의 후유증이 그만큼 길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