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범사회적 미세먼지 논의기구 구성하자 
[양재찬의 프리즘] 범사회적 미세먼지 논의기구 구성하자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29
  • 승인 2019.03.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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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버금가는 만성 경제 위협요인
미세먼지는 과거 정권 탓도, 현 정권 탓도 아니다. 역대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와 가정도 나서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는 과거 정권 탓도, 현 정권 탓도 아니다. 역대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사회와 가정도 나서야 한다.[사진=연합뉴스]

3월은 미세먼지랑 함께 왔다. 최악의 미세먼지는 봄과 새 학기를 맞는 설렘과 숨 쉴 자유를 앗아갔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심신 건강을 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까지 질식시킨다. 잿빛 공포에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자 외식ㆍ관광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용ㆍ투자에 이어 수출까지 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경제성장을 지탱했던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활동도 저해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품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불량률이 높아진다. 항공산업에선 비행기 결항이나 기체 세척비용 증가 피해가 예상된다. 자동차ㆍ조선업의 경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도장작업을 못한다.

일각에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사태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거나 외부 활동을 자제하자 내수와 관광산업 등에 영향을 미쳐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문제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올 한해로 끝나지 않을 만성 위협이라는 점이다. 매해 상시적으로 나타나는데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두고두고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란 비관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은 2017년 연구보고서에서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10μg/m3 증가할 경우 대형소매점 판매가 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 CD)는 2016년 ‘대기 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오는 2060년 OECD 회원국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적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저하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63%에 해당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미세먼지는 단기간 단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조리ㆍ난방 같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자동차 매연, 건축공사장 분진, 제조업체 공장과 석탄 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가스 등 국내 요인에 바람을 타고 이웃나라의 오염물질이 날아오는 해외 요인까지 가세해 나타나는 복잡다단한 문제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단기 임시방편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중장기적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과거 정권 탓, 현 정권 문제라면서 공방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 역대 정권 모두의 책임이다. 어느 한 부처의 일도 아니다.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와 가정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단편적ㆍ즉흥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뒤늦게 한 마디 하자 장관들이 일정을 급조해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대책이라곤 마스크 쓰고 공기청정기 설치를 늘리자는 정도였다. 정부정책에서 전가의 보도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도 등장했다.

설익은 대책도 있다. 중국과 공동 비상저감 조치를 취하겠다지만, 중국과는 아직 관련 정보 공유도 시작하지 않은 단계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라고 주장한다. 인공강우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학계에선 자칫 국내에 가뭄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 환경분쟁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승산이 있다. 싱가포르는 숲을 태워 개간하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국제기구에 꾸준히 피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벌금ㆍ징역형을 포함한 ‘월경성越境性 오염방지법’을 제정해 대처했다.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에 대한 조기 폐쇄를 검토한다지만,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먼지 안 나는 원자력발전 가동을 줄이고 석탄 발전을 늘려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미세먼지 감축 대책은 모순된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 화력발전 가동을 줄이고, 원전 가동과 건설을 늘리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범사회적 미세먼지 문제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은 의미가 있다. 손 대표는 정부와 국회, 민간단체 등이 참여해 주변국과 초국가적 논의를 할 기구의 위원장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경험을 지닌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이 기구에서 탈원전 정책도 재논의해 결정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7일, 3월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보통’ 예보가 떴다. ‘좋음도 아닌 보통’ 미세먼지에 안도하는 사람들을 보라.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바뀌어 미세먼지 농도가 조금 약해졌다고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숨 좀 쉬게 해달라는 호소야말로 가장 뼈아프게 들어야 국민의 명령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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