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코리아 또 다른 리콜
변속기 결함, 대상은 9295대
클러치 작동 불가로 차 멈출 수도
안이한 AS센터 운영 빈축

2017년 1월 환경부가 승인한 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 이행률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1월 환경부가 승인한 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 이행률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사진=연합뉴스]

폭스바겐코리아가 또 다른 리콜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콜 차량은 Golf 1.4 TSI 모델을 비롯한 8종, 결함은 변속기, 대상은 9295대다. 차량이 멈출 수도 있는 중대한 결함이다. 리콜 조치는 적절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부족한 서비스센터 인력 탓에 두세달을 족히 기다려야 하는 데다, 대차 등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운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을 구매한 한국 소비자만 또 봉이 되게 생겼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폭스바겐코리아의 ‘만만디 리콜’ 논란을 단독 취재했다. 

폭스바겐 차주 김형균(가명ㆍ36)씨는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코리아로부터 갑작스러운 리콜 통지서를 받았다. 차량에 결함이 있을 수 있으니 서비스센터에서 점검ㆍ조치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리콜 대상 모델은 2012년 11~12월 제작한 Golf 1.4 TSI와 2012년 10월~2014년 6월 만든 Jetta 1.6 TDI BMT를 비롯한 8종이었다. 

문제는 변속기(메카트로닉스)에 있었다. 변속기 내 어큐뮬레이터(오일 압력 생성기) 하우징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변속기의 압력을 만드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참고 : 어큐뮬레이터 하우징은 엔진이 정지했을 때 변속기 내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재시동 시 차량 구동을 수월하게 한다.]

가볍게 흘려 넘길 만한 결함이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선 차량이 먹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한 자동차정비사는 “균열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유압이 약해질수록 속도가 떨어지고, 결국엔 차가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 통지서에도 명시돼있다. “리콜을 받지 않으면 드문 경우지만 클러치 작동 불가로 차량이 주행 불가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흔한 건 아니지만 변속기는 자동차 부품 중 가장 복잡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중요한 건 결함 내용과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신속히 리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결함을 공개하고 리콜 의사를 밝힌 폭스바겐코리아의 조치는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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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리콜 통지가 아니라 ‘리콜’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였다. 김씨는 통지서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최소 두달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서비스센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차를 계속 몰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콜 예약이 차일피일 밀린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조작(디젤게이트)으로 문제가 됐던 차량의 리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7년 1월 환경부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 12만5515대 중 2만7010대의 리콜 계획을 우선 승인했지만 이행률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리콜 대상 차량(9295대)이 더해졌으니, 폭스바겐코리아 서비스센터에 과부하가 걸린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서비스센터 수가 많으면 문제를 해결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 회사의 서비스센터는 BMW코리아(58곳),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85곳)보다 턱없이 적은 34곳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대수 대비 센터수로 따지면 폭스바겐코리아의 서비스 센터가 더 많다”면서 “리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일반 및 사고수리 고객들이 맞물리는 등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주장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숱하다.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리콜 이행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리콜 과정에선 차량 점검을 위해 필요한 ‘변속기 오일’을 제때 수입하지 않아 리콜 예약을 중단해버렸다. 김필수 교수는 “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추가 인력을 동원하거나 정비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무책임한 리콜정책은 다른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리콜이 늦어질수록 차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대차서비스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수리가 지연되면 서비스센터와 협의해 대차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서비스센터의 얘기는 달랐다. 폭스바겐코리아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차량이 멈추면 입고됐다가 점검에 필요한 제품이 들어오면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해당 기간 대차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도 소비자의 몫이다. 가령, 리콜에 소요되는 시간은 기본 2~4시간. 문제가 발견되면 이튿날 차량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픽업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지불한 시간적ㆍ금전적(교통비 등)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일부 모델의 결함과 리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의 권익은 고려하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일부 모델의 결함과 리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의 권익은 고려하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폭스바겐코리아는 책임소재를 떠넘겼다. “법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를 뿐이며 다른 업체들도 똑같이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기본적인 제도는 같지만 해외에선 소비자의 권익을 최대한 우선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제도는 제작자 위주로 만들어진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리콜은 결함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책임을 지는 소비자보호제도다. 결함이 있는 차량을 운전한 탓에, 리콜을 제때 받지 못한 탓에, 리콜 절차가 무성의한 탓에 소비자가 손해를 봤다면 책임을 져야 할 건 기업이다. 김필수 교수는 “자동차 시장에선 유독 소비자에게 불리한 게 많은데 기업의 리콜 정책도 그중 하나”라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보상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정부가 나서서 법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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