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OLED vs 삼성 QLED 장외 설전

LG디스플레이가 2월 27일 삼성전자 QLED TV를 공격하는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 가운데가 한상범 LGD 부회장.[사진=뉴시스]
LG디스플레이가 2월 27일 삼성전자 QLED TV를 공격하는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 가운데가 한상범 LGD 부회장.[사진=뉴시스]

CEO가 경쟁업체를 대놓고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다. 장외설전을 하더라도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응용된 LCD TV에 불과하다”고 공개적으로 꼬집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업계의 이목을 끈 이유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LG는 OLED 중심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다. 한 부회장은 왜 삼성전자를 저격하고 나섰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 LG전자 수장들의 때아닌 설전을 취재했다. 

“스스로 발광하는 퀀텀닷 소자를 활용해야 진정한 QLED TV다. 경쟁사(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LCD TV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의 기술설명회 현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난데없이 삼성전자 QLED TV를 공격했다. 한 부회장이 이날 기술설명회를 “QLED와 OLED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정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유가 깔려 있었던 ‘저격’이었다. 그게 대체 뭐였을까. 

먼저 OLED와 QLED의 시장부터 살펴보자.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는 QLED가 아니라 OLED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건 LG전자다. OLED TV 패널을 공급하는 회사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시장도 삼성전자의 QLED가 아닌 LG전자의 OLED에 후한 점수를 줬다. 

LG OLED TV는 최근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덴마크, 호주 등 세계 12개 국가의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내놓은 TV분야 평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은 광고 없이 회비와 독자 기부, 잡지 판매수입 등으로만 운영해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을 구매할 때도 이런 매거진의 평가를 참고한다(물론 QLED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가 결국은 OLED를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한상범 부회장이 굳이 삼성전자를 꼬집고 나선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삼성전자를 향한 반격의 성격이 강하다. 시계추를 돌려 지난 1월. 당시 미국에서 열렸던 ‘CES 2019’에서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롤러블(돌돌 말 수 있는ㆍRollable) TV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잘근잘근 비판한 이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었다. 한 사장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돌돌 마는 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CE부문장)도 말을 보탰다. 그는 “경제성이 문제지, 시제품을 보여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롤러블 TV)가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롤러블 TV를 생산한 적 없는 삼성으로선 이례적 공세였고, 이는 LG디스플레이 한 부회장이 QLED TV를 공격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LG전자 관계자는 “롤러블 TV를 만들려면 OLED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OLED TV를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는 절대 불가능한 도전”이라면서 “LG전자의 앞선 OLED 기술력을 보여주고자 한 롤러블 TV에 실용성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부회장이 QLED TV를 공격한 이유로 추정되는 건 또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2018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개발 건이다. 삼성전자 측은 “QD-OLED 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의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양산 시기나 기술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QD-OLED의 본질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개념 정리가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측은 QD-OLED를 ‘현재의 QLED와 OLED의 장점을 결합해 기술을 한차원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반면 LG전자는 QLED는 LCD로, QD-OLED는 OLED라고 판단한다. LG전자의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영역인 OLED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학계에서도 QLED는 지금의 기술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QD-OLED로 간다는 건 충분히 OLED로의 방향 전환 시그널로 이해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OLED라고 인정하지 않으니 LG로선 답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LG전자 CEO까지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권봉석 LG전자 사장(MCㆍHE사업본부장)은 지난 6일 열린 ‘2019 LG TV 신제품 미디어 데이’에서 “(OLED가) QLED와 다른 점은 OLED와 LCD의 차이”라면서 “LCD는 백라이트를 통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고, OLED는 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는 TV”라고 강조했다. 

 

LG가 이끌던 OLED 시장에 작은 균열이 생긴 것도 한 부회장의 공세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전세계 기준 지난해 삼성전자 QLED TV 판매량은 268만7000대로, LG전자 OLED TV 판매량(251만4000대)보다 17만3000대 더 많았다. 판매금액은 65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 LG전자가 삼성전자(약 63억4000만 달러)를 능가했지만 OLED 기술로 프리미엄 TV시장을 선도한다고 자부했던 LG전자로선 일격을 맞은 셈이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반 TV와 프리미엄 TV를 합친 판매량 및 판매금액에서 1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로선 QLED를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뭔가 알리고 싶지 않았겠느냐”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LG계열사의 CEO가 직접 별도의 자리까지 마련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공격한 만큼 향후 삼성전자 측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올해 삼성과 LG의 신경전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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