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上

많은 직장인이 부동산 재테크로 울고 웃는다. 매입한 아파트 시세가 단숨에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야 좋겠지만 10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 곳도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씨 부부의 아파트가 그랬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4편 첫번째 이야기다.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은 목돈마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은 목돈마련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 참석한 이미라(38·가명)씨는 한 친구의 이사 소식을 들었다. 친구가 입주하는 곳은 고양시 삼송역 부근에 분양 받은 오피스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역세권·몰세권 등 웃돈이 붙을 만한 요소는 모두 갖춘 곳이었다. 이씨 친구는 “이 정도 조건의 오피스텔을 분양 받으면 사실상 돈을 번 거나 다름없다”면서 연신 미소를 지었다. 

반면 친구의 얘기를 듣는 이씨의 기분은 착잡해졌다. 10년 전 투자 목적으로 샀던 아파트(서울 노원구·당시 시세 3억2000만원)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대출금을 갚느라 이씨는 옷 한벌도 허투루 사지 않고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도 포기했다.

이씨는 2015년 결혼을 하면서 경기도 고양시(전세·3억4000만원)에 집을 장만했다. 그 무렵 집을 내놓을까 고민했지만 재건축이 되면 시세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씨의 아파트 값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시세는 3억7000만원. 5000만원 올랐다곤 하지만 10년을 기다린 걸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씨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이 때부터였다. 친구들 모임 이후 이씨는 틈이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부동산 정보를 수집했다. 일단 친구가 분양 받았다는 삼송역 지역의 신축 아파트부터 살펴보고, 이어 서울·경기도 내 분양 예정인 곳도 유심히 들여다봤다. 남편인 양준섭(42·가명)씨에게도 넌지시 이사 얘기를 꺼냈다.

양씨는 아내의 이사 계획에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는 마당에 집을 사는 게 옳은 판단이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맞벌이인 양씨 부부 슬하엔 네 살배기 딸도 있다. 지금은 옆집에 사는 양씨 부모님이 대신 딸을 돌봐주고 있지만 이사 이후엔 어린이집도 알아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씨는 이사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부부는 일단 이사 가고 싶은 곳을 정리해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울러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재테크 목적으로 이사하는 게 옳은 건지, 부동산매입으로 바뀔 자산 구조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알아보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그럼 부부의 재무 구조를 한번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70만원이다. 중소기업에 과장으로 근무하는 양씨가 430만원, 중소기업 대리인 이씨가 240만원을 번다. 부채는 없다. 두 사람 모두 결혼 전부터 알뜰하게 절약한 노력 덕분이었다.

이번엔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월 21만원씩 공과금을 낸다. 인터넷·TV 등 통신비는 총 26만원이다. 월 2만원의 정수기 렌털비도 있다. 딸을 돌봐주는 양씨 부모님에게 100만원, 이씨 부모님에게 20만원 생활비도 보내드리고 있다.

부부의 생활비는 37만원이다. 키즈 카페 비용으로는 월 40만원 쓰고 있다. 물티슈·과자 등 육아용품비도 14만원씩 지출한다. 부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월 15만원을 인터넷 강의료로 낸다. 용돈으로는 각각 40만원씩 쓴다. 이밖에 의료비(3만원)·자동차세금(8만원)·보험료(28만원)·모임회비(15만원)·교통비(25만원) 등 총 434만원을 소비성 지출에 쓰인다. 비정기 지출은 의류비·미용비(35만원), 명절·경조사비(20만원), 여행·휴가비(20만원) 등 총 75만원이다.

다음은 금융성 상품이다. 부부는 목돈을 만들기 위해 월 100만원씩 적금통장에 붓고 있다. 해외여행을 목표로 적금통장(월 20만원)도 만들었다. 이밖에 월 50만원짜리 적금통장과 자녀 명의의 적금(월 20만원)도 있다. 부부는 총 699만원 을 쓰고 29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부부의 가계부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월 29만원의 적자는 부부가 1년간 받는 인센티브와 상여금(남편 200만원·아내 300만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상당 금액(190만원)을 저축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재테크를 꿈꿀 만한 상황은 아니다. 소득이 일정한 직장인이 목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양씨 부부가 새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면 지금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필요가 있었다.

1차 상담에선 곧바로 절감이 가능한 항목부터 살펴봤다. 먼저 통신비·인터넷· TV(26만원)다. 부부는 둘 다 10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약정 기간(2년)에 맞춰 기기값을 24개월 할부(월 6만원)로 나눠 내고 있었다. 스마트폰 할부금은 이자가 비싼 편이다(4~5%). 가능하면 일시불로 구입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부부는 예금(500만원)을 활용해 기기값(160만원)을 전액 완납했다. 요금제도 각각 2만원 낮췄다. 이에 따라 총 비용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부부 용돈(총 80만원)이다. 남편 양씨는 용돈의 상당부분을 술자리 비용에 쓰고 있다. 아내 이씨의 경우 특이하게도 기프티콘을 마련하는 데 용돈의 대부분을 쓴다. 우선 술자리와 기프티콘 선물 횟수를 줄여 용돈을 각각 10만원씩 줄여보기로 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씨 부부의 재무 목표가 새집 마련만 있는 게 아니라서다. 자녀 교육비·노후 준비 등도 준비해야 한다. 부부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지출을 줄일 수 있는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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