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다이소와 규제 사각지대

“유통공룡 다이소를 규제하라!” 규제 사각지대에서 세勢를 불려오던 유통업체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를 향한 규제 요구는 지난해 일단락됐다. 이 회사가 자발적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에 편입되면서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지는 의문이다. 판매제한 조치를 받은 문구류가 다이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다이소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 다이소의 성장 배경엔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사진=연합뉴스]
생활용품 전문기업 다이소의 성장 배경엔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말,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는 곤욕을 치렀다. 정부가 법적 미비점을 노려 소상공인 전문 영역을 침해하는 ‘유통공룡’에 강력한 경고음을 보냈는데, 여기에 다이소가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소상공인 업계는 다이소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영세 문구업자들의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문구 관련 3개 단체가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구점의 92.8%는 “다이소의 영업 확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이소 입점으로 매출이 줄어 매장 운영을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는 문구점도 절반(46.6%)가량 됐다.

이는 다이소가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별다른 ‘규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나온 불만이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만을 특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인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분류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법이 규정하는 규제 대상 조건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점포’ ‘3000㎡ 미만 이더라도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기업 등이 운영하는 점포로 음ㆍ식료품을 위주로 하는 종합판매 소매점’이다. 이 때문에 유통 대기업의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ㆍ의무휴업 규제 등을 피할 수 있었다.

골목상권의 울타리로 평가받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칼날도 피했다. 문구소매업은 2015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 동반성장위원회는 대형마트에 한해서만 문구류 코너를 제한 운영하도록 권고했다.

다이소는 정부 규제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2001년 100개에 불과하던 매장 수는 지난해 1300개를 넘었다. 2006년 1000억원의 다이소의 매출은 2014년 1조원을 돌파하며 10배 넘게 성장했다.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서 보더라도 압도적인 성장률이다. 최근 6년 사이(2011~2017년) 전체 대형마트의 매장 수가 179개가 늘고, SSM 매장이 409개 늘어나는 동안 다이소의 매장은 600여개가 늘었다.

다이소가 2017년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다이소는 결단을 내렸다. 자발적인 적합업종 편입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이소는 올해 초부터 연습장ㆍ연필ㆍ풀ㆍ지우개ㆍ색종이ㆍ스케치북ㆍ형광펜ㆍ색연필ㆍ크레파스 등 18개 학용문구를 묶음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규제 밖에 있다가 안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 왔으니, 이제 다이소와 골목상권의 상생의 시대가 열린 걸까. 업계의 대답은 ‘No’다. 이것만으론 유효한 규제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애초에 규제 대상이 된 문구류는 다이소의 주력 상품이 아니다. 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문구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가량으로 적다. 이마저도 계속 유지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문구소매업 적합업종 권고기간은 올해 7월 31일이면 끝난다.

다이소는 주방ㆍ미용ㆍ인테리어ㆍ문구 등 총 20여개 카테고리의 총 3만2000여 가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주변 상인과 품목이 많이 겹쳐도 출점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동일상권의 중소상가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계속되는 이유다. 인근에 다이소가 입점한 인천의 한 생활용품할인점 사장은 “10년 넘게 장사하면서 단골도 만들고 나름 상권의 기반을 다져왔다고 생각했는데 품목이 비슷한 다이소가 새로 입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옆집 철물점은 장사가 통 안 되는지 요샌 해가 지면 문을 닫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다이소도 할 말이 없진 않다. 재벌을 기준으로 한 각종 대기업 규제와 다이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형평성’ 이슈는 특히 그렇다. 다이소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다이소 역시 1997년 골목상권에 출발한 소상공인의 일원이다. 지금도 450여개의 다이소 가맹점주들은 소상공인의 입장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월등한 제품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통기업의 무차별적 확장 성장전략과도 다르다. 특히 다이소가 유통산업발전법 적용을 받게 되는 건 가성비가 월등한 다이소의 제품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이소 확장 막을 법 없어

흥미로운 건 이런 반론이 대기업 유통재벌들이 규제 반대를 외칠 때 등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 대기업도 ‘유통 선진화’라는 깃발을 내걸고 동네상권을 파고들었다. 규제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소비자 편익과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 입점ㆍ납품업체 등도 피해를 본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논리를 폈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법망을 유유히 피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논리만을 내세우는 건 현실을 간과한 주장”이라면서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확실히 통하는 영역인 만큼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다이소를 겨냥해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김광수 의원(민주평화당)은 준대규모점포에 포함되지 않지만, 매출액이 일정 수준에 달하는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말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매출액 규모로 봤을 땐 유통 대기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유통매장을 규제 사각지대에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두 법 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이슈가 복합쇼핑몰에만 집중되면서 47건이나 발의된 나머지 법안들은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정부 역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통산업에 규제를 늘리는 일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사이 더 많은 골목상권의 호소가 들려올 거란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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