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LG전자와 LGD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이 꿈틀거리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폴더블폰 출시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10여년 만의 폼팩터 변화다. 변화를 이끄는 건 디스플레이다. 올해가 차세대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좌우할 변곡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을 넘어 롤러블까지 넘보고 있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다. LG전자가 폴더블폰을 잠정 포기하면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공산이 커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폴더블폰을 잠정 포기한 LG전자의 미래를 내다봤다. 

프랭크 리 LG전자 이사가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폴더블폰 출시 예상은 빗나갔다.[사진=연합뉴스]
프랭크 리 LG전자 이사가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폴더블폰 출시 예상은 빗나갔다.[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2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LG전자는 신규 스마트폰 ‘V50 씽큐 5G’를 공개했다. 차기 스마트폰으로 폴더블폰(접을 수 있는ㆍfoldable)을 출시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LG전자가 꺼내든 건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었다.

듀얼 스크린은 말 그대로 각기 다른 두개의 스크린을 한개의 스마트폰처럼 탈착해 쓰는 방식이다. LG전자의 결정에 시장은 의문부호를 붙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폴더블폰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폴더블폰도, 기존 스마트폰도 아닌 다소 애매한 포지션을 잡았다는 냉소도 잇따랐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공개한 이후 롤러블폰(돌돌 말 수 있는ㆍrollable)과 스트레처블폰(늘어나는ㆍstretchable) 개발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의 행보를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애초부터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게 우리의 기조였고, 아직 폴더블폰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 주장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시장에선 폴더블폰의 시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의 예상가격은 각각 1980달러(약 224만원), 2299유로(약 292만원)로 책정됐다. 부실한 내구성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최적화를 둘러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면 “굳이 비싼 돈 주고 접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부닥칠 게 뻔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폴더블폰을 잠정 포기한 LG전자의 판단이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LG전자의 결정이 LG디스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양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디스플레이의 개발구조는 기초연구 단계, 양산라인 셋업 단계, 실제 양산 단계 등 3단계로 나뉘는데,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성능과 수율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양대(융합전자공학) 교수는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율”이라면서 “장비 투자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기술 개발에서 양산까지 장기간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전자의 폴더블폰 잠정 포기가 디스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판단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폴더블폰이 시장의 주류가 됐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더구나 LG전자가 주요 고객이긴 하지만 아직 시장점유율이 낮다. 크게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폴더블폰이 차세대 시장을 주도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폴더블폰이 본격 개화開花한 올해가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제아무리 LG디스플레이라도 지금 노하우를 쌓지 않으면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LG디스플레이는 비슷한 경험을 한차례 했다. LG전자가 피처폰으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이라는 시류를 읽지 못한 LG전자는 시장에서 도태됐고, 이는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식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57.8%, 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물론 LG디스플레이에 또다른 기회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박재근 교수는 “과한 우려보단 기회로 볼 만한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폴더블폰 시장은 초기 단계라 생산능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퍼스트무버로서의 어려움도 있다. 삼성이 퍼스트무버로서 시장성이나 기술의 신뢰성 등을 평가 받으면, LG디스플레이는 세컨드팔로워로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그전까지 수율을 끌어올리려는 LG디스플레이의 지속적인 노력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납품과정에서 수율이 낮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제조사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세컨드팔로워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도 머지않아 폴더블폰을 출시할 텐데, 그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납품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봉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지난 2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되돌아보면 몇 번의 기회와 실기가 있었다”면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할 때 실기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기회일까, 실기일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또다시 기로에 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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