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총공 뒷이야기

매일 100만명이 다녀가는 ‘국민가게’ 다이소. 1000원 한장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수만개에 달하니 주머니 가벼운 서민에겐 부담 없는 장터였다. 그렇게 다이소는 골목에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이소 직원 중엔 누군가의 엄마나 이모 같은 중년 여성이 많다. 노동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이소는 착한 기업일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아성다이소 직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아성다이소 직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모래 위에 지은 으리으리한 집.” 2014년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 현직 직원의 평가다. 매출액 1조원(2017년ㆍ1조6457억원) 기업으로 커진 다이소의 성과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그널이었을까. 다이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작은 2017년 11월 터져나온 ‘노예각서’ 파문이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다이소가 2001년부터 문제가 있는 이행각서를 만들어 본사와 가맹점 현장 노동자에게 작성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행각서에는 ▲발령이나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음 ▲사내외에서 사원을 선동하거나 회사의 허가 없이 방송ㆍ집회ㆍ시위ㆍ집단행동을 하거나 미수에 그칠 경우 어떤 조치도 감수하겠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대판 노비문서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소비자는 불매운동을 벌였다. 당시 다이소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논란이 된 이행각서는 2001년 입사시 형식적으로 제출하던 서류”라면서 “새로운 서약서로 대체하고, TF팀을 꾸려 새로운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이소가 ‘국민가게’를 내세운 것도 이때부터다. “골목상권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하는 다이소는 규모 면에서 국민가게의 면모를 갖췄다. 주요 상권마다 입점해 전국 1300여개(2018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강조하는 역할은 고용창출이다. 매장당 평균 20명을 고용해 다른 유통업체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다이소는 지난해 1만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이하 3월 기준) 다이소의 고용인원은 1만1240명으로 2014년(7124명) 대비 4116명 증가했다. 전체 사업장 중 32번째 많은 인원을 고용한 셈이다.

다이소가 내세우는 또다른 성과는 ‘여성 일자리 창출’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 직원의 90%가량이 여성이고, 80% 이상이 취업취약계층인 30~50대 경력단절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이소에선 중년의 여성 근로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금탑산업훈장 수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이소는 진정한 국민가게로 거듭났을까.

일부에선 여론의 뭇매를 맞은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경기도 소재 다이소에서 근무했던 오지영(가명ㆍ28)씨는 “큰 문제없이 근무했다”면서 “휴일에 다른 지점에 지원을 나갈 때도 있었지만 수당을 챙겨 받았고, 근무 지원 때문에 쉬지 못한 날은 따로 휴가를 챙겨줬다”고 말했다.

스스로 붙인 별칭 ‘국민가게’

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이소를 고발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1월 1일부터 3월 7일까지 올라온 다이소 관련 게시글은 12건에 이른다. 대부분 다이소 전ㆍ현직 근로자나 가족이 올린 글이다. 상권침해(1건), 근로환경(6건), 조직문화(2건), 고용환경(2건), 제품강매(2건) 등 고발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국민가게를 내세우고 혁신을 꾀하겠다던 다이소의 ‘진심’이 직원들에겐 통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2월 24일 SNS상에서 ‘다이소 총공’이 이슈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트위터에 ‘#아성다이소_직원처우_공론화’ ‘#아성다이소_표절논란_공론화’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다이소 고객으로서, 직원 처우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벌인 고발 운동이었다.

아성다이소는 경력단절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사진=뉴시스]
아성다이소는 경력단절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사진=뉴시스]

수도권 소재 다이소에서 근무했던 홍상훈(가명ㆍ34)씨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게 많다고 꼬집었다. “파손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구역 담당 직원이 구매하거나, 정산시 차액이 발생하면 직원들에게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내용의 글은 지난 2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게재됐다. 어머니가 다이소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청원인은 “어머니가 상품 진열 업무를 하고 있는데, 담당 구역에서 유통기한 지난 식품이 발생하면 반품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강매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다이소 문제 번번이 가라앉는 이유

다이소 내부에서 이런 일이 숱하게 발생하는 건 ‘수직적인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월 올라온 청와대 게시글에도 ‘수직적 문화’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다. “… 본사에서 점장에게 매출 압박을 주면, 점장은 제품을 과過발주한다. 직원들은 밀려드는 물량을 진열하느라 연장근무를 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안들은 자체적으로 꾸준히 개선해가고 있다”면서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지점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행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경력단절여성들이 주로 근무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다이소가 들어야 할 뼈아픈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사회학) 교수는 “경력단절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갑질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면서 “고용노동부나 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여건상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이나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 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촉발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300여개 매장에서 1만여명이 근무하고, 매일 100만명이 다녀가는 다이소는 1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다이소가 누군가의 엄마 혹은 가족의 눈물을 먹고 자란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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