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신제품 론칭한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9년 만에 맥주 신제품 ‘테라(TERRA)’를 출시했다. ‘하이트’와 같은 레귤러 맥주인 데다, ‘초록색 병’이라는 파격까지 시도했다. 테라를 두고 ‘이젠 올드해진 하이트의 대체상품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테라의 성공 가능성이다. 한국 맥주의 거품이 빠질 대로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필사즉생’이라는 말까지 입에 담은 건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초록색 맥주 ‘테라’의 미래를 내다봤다.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 ‘테라(TERRA)’를 공개했다.[사진=뉴시스]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 ‘테라(TERRA)’를 공개했다.[사진=뉴시스]

“신제품 ‘테라’ 출시를 계기로 어려움을 겪어온 맥주사업의 마침표를 찍겠다.” 맥주시장 점유율 2위 하이트진로가 13일 맥주 신제품 ‘테라(TERRA)’를 공개했다. 이 회사가 라거맥주 신제품을 출시하는 건 2010년 ‘드라이피니시d’ 이후 9년 만이다.[※참고: 2013년 출시한 퀸즈에일은 에일맥주, 2017년 출시한 필라이트는 발포주였다.]

대지大地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이름을 딴 테라는 호주 청정 지역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 100%를 원료로 사용했다. 발효공정에서 발생하는 자연탄산 100%를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청정’을 앞세운 만큼 기존 라거맥주와 달리 녹색병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신제품의 ‘병 색깔’까지 바꿀 정도로 하이트진로는 절박하다. 맥주사업 부문 매출액은 2016년 7667억원에서 지난해 7145억원(KB증권 추정치)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는 217억원에서 221억원으로 불어났다. 2006년 59.7%(한국주류산업협회)에 달하던 시장점유율 역시 ‘반토막’ 났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모든 임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테라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모든 임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테라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에 왕좌(2011년)를 내준 지도 오래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테라 출시 간담회에서 “테라의 성공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테라는 수렁에 빠진 하이트진로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국내 맥주시장 상황이 밝지 않다는 점은 하이트진로에 부담 요인이다. 무엇보다 맥주시장이 신통치 않다. 2013년 200만kL(국세청)를 넘었던 출고량이 2017년 182만kL로 크게 줄었다. 이대로라면 테라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더라도 ‘하이트’의 점유율을 갉아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이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면서 “신제품이 기존 하이트의 점유율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맥주의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량은 2015년 17만919t에서 지난해 38만7981t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3만4381t(2월 15일까지)의 수입맥주가 밀려들어 왔다.

부담 요인은 또 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 맥주 신제품의 성과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이다. 2006년 프리미엄 맥주 ‘맥스’, 2007년 식이섬유 맥주 ‘S(에스)’, 2010년 드라이맥주 ‘드라이피니시d’, 2013년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선보였지만 하이트의 명맥을 이을 만한 제품은 없었다.

이제는 늙어버린 하이트에 새 옷을 입히려는 노력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뉴하이트’, 2016년 ‘올뉴하이트’로 리뉴얼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랜드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하이트와 겹치는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건 배수의 진을 친다는 의미라고 본다”면서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영업비용 증가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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