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 서울 첫 매장의 도전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의 대결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은 코스트코 일산점에, 수원점은 코스트코 공세점에, 월평점은 코스트코 대전점에 밀려났다. 자존심 탓일까. 트레이더스의 첫 서울 매장(월계점) 역시 코스트코 상봉점 인근에 열었다. 작심한 듯 ‘한국형’을 앞세운 전략도 내세웠다. 트레이더스의 3전4기, 이번엔 성공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트레이더스의 첫 서울 매장에 가봤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서울 시내 최초 매장인 월계점을 오픈했다. 동시에 1등 창고형 매장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서울 시내 최초 매장인 월계점을 오픈했다. 동시에 1등 창고형 매장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이마트 제공]

정식 개장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 입구부터 오픈을 준비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하얀 무인 항공기와 초대형 사이즈의 라인프렌즈 인형 브라운이 시선을 끌었다. 천장에 달린 강렬한 빨간 글씨로 트레이더스의 대표상품을 소개하는 현수막이 눈에 걸렸다. 대표상품 중 하나는 시중가의 3분의 1에 판매한다는 UHD TV. 트레이더스의 인기 상품 7.2L 대용량 에어프라이어도 구비돼 있다. 

그때 어디선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찬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은 ‘대형 냉장고’를 표방한 신선식품 코너. 이곳에선 과일과 채소류를 판매한다.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15도 안팎으로 온도를 유지한다. 해산물·정육 코너에선 유리창 너머로 조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은 비어있는 베이커리와 델리 코너의 대형 매대에는 머핀과 크루아상은 물론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매장 한바퀴를 돌고 계산대에 다다르자 유리 선반 속 가지런히 진열된 ‘프라다’ 가방이 눈에 띄었다. 병행수입하는 명품류와 고가의 주얼리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 

14일 노원구에 문을 연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트레이더스의 16번째 매장이자 9년 만에 처음 서울 시내에 문을 연 점포다. 기존 이마트 월계점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매장 면적 9917㎡(약 3000평), 층고 10.5m의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다. 이곳에서 트레이더스는 올해 매출액 14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트레이더스의 바람대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지는 미지수다. 불과 4.1㎞ 거리에 코스트코(상봉점)가 둥지를 틀고 있어서다. 트레이더스 측도 “거의 같은 상권”이라고 인정할 만큼 핵심상권이 겹친다. 문제는 코스트코가 연매출 3조원에 달하는 막강한 경쟁자라는 거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014년 이후 매출액 3조원대(2017년 3조9226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창고형 매장 중엔 아직까지 적수가 없다. 트레이더스가 오픈 전부터 코스트코를 공략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스트코를 넘어서기 위해 트레이더스는 ‘한국형 장보기’ 전략을 내세웠다.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보다 한국시장과 소비자를 잘 안다는 계산에서다. 한국형 장보기 전략은 ‘신선식품’과 ‘즉석식품’에서 발휘된다. 델리코너에서는 한식 밀키트(Meal kits·즉석조리식품)를 주력상품으로 출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와 감자탕을 매장에서 직접 제조해 패밀리 사이즈로 선보인다. 일반 가정간편식(HMR) 식품과 달리 매장에서 패키징해 소비자는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상품이다.

신선식품 코너에선 호주산 양념 토시살을 대표로 내세웠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토시살은 해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부위”라면서 “한국인이 선호하는 토시살을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 백화점 대비 40~50%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코너에선 한국인이 좋아하는 빵류를 개발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내세운 전략 통할까

트레이더스의 히트상품 대형 에어프라이어도 한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가 국내서 인기를 끌어 7.2L짜리 대용량 에어프라이어를 8만원대로 출시했다”며 “트레이더스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입점 지역의 상권도 철저히 분석했다. 월계점의 경우, 주위 상권에 분식점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튀김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외국계 코스트코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분식류까지 도입한 셈이다. 이렇게 트레이더스의 전략은 ‘한국형 창고형 할인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코스트코를 넘어서기 위한 트레이더스의 전략은 '한국형 장보기'다. [사진=이마트 제공]
코스트코를 넘어서기 위한 트레이더스의 전략은 '한국형 장보기'다. [사진=이마트 제공]

하지만 이런 전략으로 코스트코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상품을 제외하곤 코스트코와 큰 차이가 없어서다. 트레이더스에서 판매하는 각종 해외상품이나 가공품은 코스트코에서도 판매되는 품목이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코스트코 상봉점은 축산·제지·세제·가공식품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코스트코의 인기상품을 타깃으로 초격차 가격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결국 코스트코의 주력 품목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코스트코와 맞붙은 트레이더스 매장 중 코스트코의 매출을 뛰어넘은 곳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의 상권이 겹치는 곳(직선거리 5㎞ 이하)은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코스트코 일산점), 수원점(코스트코 공세점), 월평점(코스트코 대전점) 등이다. 하지만 트레이더스 세곳 모두 코스트코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월계점 오픈으로 매장 수는 트레이더스(16개)가 코스트코(15개)를 넘어섰지만, 매출은 한참 뒤처져 있다. 지난해 코스트코가 3조9226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동안 트레이더스 매출액은 1조91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트레이더스가 향후 대형마트와 연계하거나 복합쇼핑몰 위주로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레이더스만으로는 끌어들이기 어려운 고객을 연계형 매장을 통해 잡겠다는 거다. 월계점 역시 이마트와 연계된 매장이다.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기존 이마트 월계점 객수는 주중 6000명, 주말 1만200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을 트레이더스로 끌어들여 올해 매출 2000억원대를 달성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트레이더스는 올해를 ‘창고형 할인점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2030년까지 매장을 50개로 늘리고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창고형 할인점’을 내세운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를 잡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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