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반대’ 공연 중인 마임이스트 유진규, 그가 거리에 선 까닭
‘레고랜드 반대’ 공연 중인 마임이스트 유진규, 그가 거리에 선 까닭
  • 김정덕 기자
  • 호수 330
  • 승인 2019.03.19 06: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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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탐욕이 99%의 눈 가렸다”

2011년 강원도가 처음 사업플랜을 발표한 이후 7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춘천 레고랜드 건립 사업. 최근 영국 멀린사(레고랜드 운영사)가 50억원의 사업자금을 내놓으면서 멈춰있던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숱하다. 이 사업의 경제적 창출효과가 있는지, 유물이 가득했던 현 부지에 레고랜드를 짓는 게 타당한지도 결론나지 않았다. 마임이스트 유진규(67)씨가 춘천 중도에서 여전히 레고랜드 건립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많은 이들이 경제논리에 가려 레고랜드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많은 이들이 경제논리에 가려 레고랜드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레고랜드’ 혹은 ‘중도’라는 글귀가 적힌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한 남자가 손을 더듬거리며 한발 한발 힘겹게 걸음을 내디뎠다. 한겨울 찬바람이 얇은 의상 안으로 파고든다. 게다가 맨발. 한참 추위에 떨며 걷기를 한 후에야 그는 옷을 챙겨 입었다. 

돈을 받고 하는 공연이 아니다. 레고랜드가 들어설 중도中島(강원도 춘천의 섬)의 건설부지에서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지난 겨울 펼친 퍼포먼스다. 그는 2015년부터 이 퍼포먼스를 매월 이어오고 있다. 퍼포먼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주제는 ‘레고랜드 건립 반대’다. 

그는 국내 마임예술계 1세대이자 최정상의 마임이스트로 꼽힌다. 1989년부터 해마다 5월이면 펼쳐지는 춘천마임축제를 처음 개최한 것도 그다. 국제적 명성도 높다. 말하자면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유명 예술인이 찬바람을 마다 않고 황무지를 걷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겨울 진정성 있는 공연의 의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도에 레고랜드를 건립하려는 이들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도록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예술가로서 그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 중도에 건립될 레고랜드를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 첫째는 뭔가. 
“역사 유물을 보전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도에선 청동기와 철기시대 유물이 발굴됐다. 강원도가 2011년 9월 대형 복합테마파크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인 2014년엔 더 많은 선사시대 유물이 발굴돼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지라는 게 알려졌다. 일부 유적은 발굴하고, 나머지는 흙으로 다시 덮어 그 위에 레고랜드를 만들겠다는 게 강원도의 생각이다. 그게 과연 좋은 건지 의문이다.”


✚ 강원도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그렇다. 강원도 측은 공사 기간에만 3조원이 넘는 경제 유발효과와 더불어 2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완공 후엔 4100명의 상시 일자리가 마련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검증이 쉽지 않다.”

 

✚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뭔가.
“레고랜드를 반대하는 두번째 이유이기도 한데, 그건 레고랜드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이 대부분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당연히 강원도가 주장하는 경제효과도 신뢰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 근거가 있나. 
“가장 중요한 건 강원도가 멀린사(레고랜드 운영사)와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했느냐다. 춘천 시민이 내용을 알아야 정말 레고랜드 건립을 통해 춘천 시민들이 득을 보는지, 득을 본다면 그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강원도가 주장하는 내용이 맞는지 등을 따져볼 것 아닌가. 그런데 정보를 내놓으라고 해도 비밀준수사항 같은 게 있어서 안 된다고 버틴다. 또한 멀린사 홈페이지엔 전세계에서 건립을 진행 중인 레고랜드를 홍보하는 지도가 있다. 협의가 진행 중인 중국 레고랜드도 나와 있는데, 정작 춘천은 없다. 뭔가 일이 매끄럽지 않다는 증거 아니겠나.”

레고랜드 깜깜이 플랜 괜찮나

✚ 그 정도라면 유적이 대규모로 발굴됐을 때 문제를 제기할 만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나서서 개발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업을 승인해줬다(보존방안 제시한 조건부). 그 과정에서 주민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한 사업이다.”

✚ 그렇다고 해도 춘천 시민은 레고랜드 건립을 환영하는 분위기 아닌가. 빨리 지어지길 바라는 이들도 있는 것 같고.
“맞다. 레고랜드가 생기고 많은 이들이 중도를 찾아오면 지역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 어떤 이면을 말하는 건가. 
“레고랜드가 지어지면 내부와 그 주변에 다양한 상가들이 입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춘천까지 오지 않고 레고랜드 주변에만 머물다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춘천 시내의 상권에선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정책을 펼 때는 그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다방면으로 대책을 세워가면서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진규씨의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 레고랜드 주변이 활성화한다면 관광객들은 굳이 춘천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춘천 시내와 레고랜드가 들어설 중도는 자동차로 10여분이면 간다. 하지만 고속도로와 기찻길이 북한강을 끼고 춘천 시내 외곽을 돌아간다. 춘천 시내를 들르지 않고도 중도로 곧장 빠질 수 있다. 

 

✚ 기우일 수도 있지 않나. 
“춘천 상인들이 레고랜드 건립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려 했을 때 시민단체에서 ‘레고랜드 주변에 상권이 생길 것이다. 춘천과는 무관하다’는 식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인데 얼마나 이해타산에 밝겠나. 얘기를 듣자마자 분개하더라. 기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레고랜드에 대규모의 상가들이 들어간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찬성한 거였다.”

✚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친다면 춘천 시민이 그렇게까지 환영하진 않을 거라는 말인가. 
“그렇다.”

✚ 객관적 평가를 통해 경제적 효과가 분명해진다면 입장을 바꿀 텐가. 
“경제논리보다 유적지 보전이 더 중요하다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을 거다.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누구도 강요해선 안 된다. 물론 경제논리를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청년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게 가치 없는 일도 아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박근혜 탄핵 때부터 현장서 퍼포먼스

✚ 그게 뭔가.
“설득과 토론을 통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이 더 유용한지를 따져 보는 거다. 전제는 투명하게 공유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논리를 따라가는 게 맞다면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때는 문화재를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은 선택일지 모른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껏 이런 논의가 한번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한동안 중도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처리할 수가 없어 검은 비닐에 싸서 방치해두는 상황까지  벌어진 거다.” 


✚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막고 있는 검은천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가. 
“그렇다. 그래야 다른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레고랜드 건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길이 하나밖에 없고, 모로 가든 그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나머지는 부수적인 게 될 수밖에 없다. 소중한 유물을 지키면서도 경제효과를 유발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난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1%의 사람들이 99%의 눈을 가리지만 않는다면 대안은 있다. 1%의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보다 99%의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가 훨씬 다양하기도 하다.”

 

유진규씨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중도에서 레고랜드 건립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사진=유진규 제공]
유진규씨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중도에서 레고랜드 건립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사진=유진규 제공]

✚ 주제를 조금 바꿔보자. 레고랜드 건립 얘기는 2012년부터 나왔고, 행위예술은 2015년부터 한 것으로 안다. 뒤늦게 활동한 이유는 뭔가. 
“무대 밖 현장에서 예술 활동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게 현장 예술활동의 시작이었다.” 

✚ 무대 밖으로 나온 계기가 뭔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 시대를 아우르지 못하는 반쪽짜리 예술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후 살고 있는 지역에서 비상식적인 행태가 벌어지니까 또 현장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 아마 촛불집회 때 무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춘천에서의 레고랜드 건립 반대 퍼포먼스도 안 했을지 모르겠다.”

✚ 퍼포먼스는 언제까지 할 건가. 
“사실 레고랜드 건립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문제제기를 하지 못해 마음의 짐이 있다. 문제가 아직 안 풀린 상황이니 해결이 될 때까지는 각종 퍼포먼스를 계속 할 것이다.” 

✚ 계획한 활동이 있나. 
“중도는 개발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춘천 시민의 추억이 있는 유원지였다. 다양한 문화전시 등을 통해 그걸 알려주고 싶다. 중도 걷기와 인간 띠잇기를 통해 중도를 감싸 안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글=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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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구 2019-03-19 16:32:04
프로시위꾼의 프로파간다 잘봤습니다.

오동철 2019-03-19 14:33:47
조금만 생각해보면 2천억원을 날릴때까지 왜 사업이 안되는지 알것이다. 무조건 발전이 된다는 논리는 부동산 업자들의 먹이감에 지나지 않는다. 레고랜드 사업은 첫 단추를 잘못끼운데 문제가 있다. 시스템이 부동산 업자들의 이익 추구로 시작됐는데 이걸 고치지 않고 미봉책으로 때우려니 안되는 거다.

전세계에 단하나뿐인 수천년 유적과 전세계에 널린 레고랜드중 어느것이 가치가 더 큰가? 124개 사업장에서 연간 2조 3천억원정도 매출을 올리는 (순이익아님) 멀린사가 세계 최고인양 우러러보는 도정과 시민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뿐이 들지 않는다. 멀린에 주는 조건대로 우리나라 대기업에 중도를 주면 이정도만 할까? 막말로 삼성의 0.1%도 안되는 회사가 전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둔갑하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춘천 2019-03-19 09:29:11
이런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나라는 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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