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기획사 경영지표 분석
한류 꽃길 과연 평평했나

‘버닝썬’ 사건이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흔들고 있다. ‘버닝썬’의 장본인 승리는 YG엔터테인먼트의 기둥뿌리를 흔들었고, 가수 정준영은 얼마 전 들어간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한류로 가파르게 성장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두운 그림자와 거품을 이참에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3개 기획사의 경영·인적 지표를 살펴봤다.

‘버닝썬’사건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사진=뉴시스]
‘버닝썬’사건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사진=뉴시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버닝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집단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논란은 성폭행·마약 판매 의혹으로 옮아 붙었다. 이도모자랐는지 불씨는 탈세·성접대·불법 동영상 유포 등으로 더욱 거세게 번지고 있다. 최근엔 경찰과의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쯤되면 게이트다.

‘버닝썬’ 사건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계는 ‘엔터테인먼트’다. 버닝썬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버닝썬 논란이 커지기 시작한 1월 중순 이후 두달 만에 25.0%(1월 16일 4만7600원 → 3월 15일 3만5700원)나 빠졌다. 

불법 동영상을 찍은 정준영을 영입한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는 말 그대로 ‘폭탄’을 맞은 셈이 됐다. 한편에선 ‘한류’ 열풍을 타고 고속성장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성론도 나온다. 매출·시가총액 등은 눈에 띌 만큼 커졌지만 과연 내실도 탄탄한지 뜯어봐야 한다는 거다.

■3대 기획사 현주소 = 먼저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3대 기획사인 SM·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현주소부터 살펴보자. 2009년 3월 16일 1895원에 불과했던 SM의 주가는 14일 현재 3만9200원으로 상승했다. 10년 사이 주가가 20배 이상 오른 셈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주가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주가는 570원에서 2만9050원으로 50배 넘게 치솟았다. 주가가 떨어진 곳은 2011년 11월23일 상장한(공모가 3만4000원) YG엔터테인먼트가 유일하지만 이는 ‘승리 게이트’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주가를 기준(1월 4일 4만8900원)으로 삼으면 공모가 대비 43.8%나 상승했다. 3대 기획사가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생각보다 크다. 14일 기준 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 규모는 코스닥시장 31위를 기록했다. SM은 40위, YG는 65위였다.

■3대 기획사 종사자의 현주소 = 문제는 기획사가 성장한 만큼 이곳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상황도 개선됐느냐다.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더스쿠프는 ▲코스닥 매출액 상·하위 10개 기업 ▲3대 기획사와 시총 규모가 비슷한 30개 기업 직원의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를 분석했다(2018년 3분기 기준). 먼저 평균 근속연수를 살펴보면, JYP엔터테인먼트는 2.25년(남자 2.25년·여자 2.33년)으로 가장 짧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3.2년(남자 3.8년·여자 2.7년), SM은 3.86년(남자 4.15년·여자 3.32년)이었다. 그 결과, 3대 기획사의 전체 평균 근속연수는 3.1년에 불과했다. 통계청의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근속연수 6.3년(2017년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과거와 비교해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세계에 불었던 2014년(3분기 기준), 3대 기획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SM(3.8년)·YG엔터테인먼트(2.4년)·JYP엔터테인먼트(1.67년) 등이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3년을 넘기는 게 쉽지 않았다. 매출과 근속연수를 비교한 결과는 더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 3분기(누적기준) 3대 기획사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884억원(JYP엔터테인먼트), 2051억원(YG엔터테인먼트), 4937억원(SM)에 이른다. 하지만 평균 근속연수(3.1년)는 코스닥 매출 순위 하위 10개 기업보다도 짧았다. 


2017년 기준 매출액 평균이 13억1552만원에 불과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3.76년으로 3대 기획사(3.1년)보다 0.6년 이상 길었다.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7.75년에 달했다. 3대 기획사와 시가총액 규모(6800억~1조1000억원)가 비슷한 30개 기업 평균 근속연수도 5년을 훌쩍 넘었다.

이번엔 급여 수준을 보자. 3대 기획사의 평균 임금은 2014년 3분기 2735만원에서 2018년 3분기 3889만원으로 42.1%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3대 기획사 임원의 평균 임금이 1억1137만원에서 3억2077만원으로 약 3배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증가폭이다. 코스닥 매출액 하위 10개 기업의 평균 연봉 4002만원, 상위 10개 기업 4332만원과 비교해도 113만~443만원이나 적은 수준이었다.

1999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류韓流’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케이팝(K-POP)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갔고, 3대 기획사의 수장은 자산가가 됐다. 아울러 슈퍼스타들은 할리우드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그 꽃길은 ‘그들만의 로드’였다. 3대 기획사의 경영·인사지표는 ‘불균형 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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