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中

재무 상담의 핵심은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을 효과적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 자신의 생활방식이 어떤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커피 한잔, 옷 한벌 등이 쌓이면 무시하지 못할 지출이 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양씨 부부의 줄줄 새나가는 지출을 잡아 봤다. ‘실전재테크 Lab’ 24편 두번째 이야기다.

일상생활에서 새어 나가는 지출만 아껴도 지출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상생활에서 새어 나가는 지출만 아껴도 지출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전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했던 이미라(38·가명)씨. 그 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이씨의 아파트값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해를 본 건 아니다. 매입 당시 3억2000만원이었던 시세는 현재 3억7000만원이 됐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몇개월 만에 크게 뛰었다”며 좋아하는 친구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씨의 속은 타 들어갔다.

그러던 중 이씨는 서울 삼송역 부근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친구 소식을 접했다. 그곳은 역세권·몰세권 등 오를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금싸라기였다. “곧 있으면 1억원은 오를 것”이란 친구 말에 이씨도 ‘새 집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남편 양준섭(42·가명)씨도 이씨의 결심을 돌리진 못했다. 양씨는 요즘 같은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집을 사는 게 맞는 판단인지 걱정하고 있었다. 새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 자산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양씨 부부가 이번 재무상담을 신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필자는 부부에게 부동산을 매입하기 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들을 알려줬다. 먼저 해당 부동산이 가진 미래가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노른자 땅은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진입하기 어렵다. 저평가돼 있지만 잠재력이 높은 부동산을 찾아봐야 하는 이유다. 신도시 건설이나 도로·항만 구축, 대규모 공원 조성 등 향후 고평가를 받을 만한 요소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육시설이다. 교육정책은 수시로 바뀌지만 학교·학원 등 교육 인프라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동산 인근에 학교나 학원이 몇 개나 있는지, 교육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둬야 한다. 역세권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소형 부동산이 역세권과 높은 시너지를 낸다. 대형·고급아파트의 경우 역세권보다는 주변 환경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근 편의시설과 마트 유무도 체크해두면 좋다.

그럼 이제부터 새집 마련을 위한 지출 다이어트를 시작해 보자. 양씨 부부는 월 670만원(남편 430만원·아내 24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434만원)·비정기 지출(75만원)·금융성 상품(190만원) 등 총 699만원을 쓰고 29만원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통신비·인터넷·TV (26만원→12만원), 용돈(각각 40만원→30만원) 등 34만원을 줄였다. 1주일간 고민해본 뒤 추가로 줄일 수 있는 항목들을 나열해보기로 했다.

먼저 키즈카페(월 40만원)다. 부부는 네살배기 딸을 데리고 1주일에 1~2번 키즈카페에 들르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씨는 “키즈카페에 가는 날은 대부분 외식을 하는데 그 비용까지 포함했다”고 답했다. 부부는 키즈카페의 장점으로 아이들이 주변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단순히 자녀를 뛰어놀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키즈카페까지 갈 필요는 없다. 부부는 집 앞의 실내 놀이터를 자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키즈카페 비용은 40만원에서 15만원으로 25만원 줄였다.

다음으로 부부의 모임회비(15만원)다. 부부는 모임이 참 많다.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모임은 물론 직장동료·동아리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데, 모임회비는 식사 후 카페에서 먹는 커피값으로 쓰이고 있었다. 부부는 “모임 이외에 평소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값도 지출 성격이 비슷해 모임회비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부부가 커피를 마시는 데만 월 15만원씩 쓰고 있다는 얘기다.

부부는 모임에 참석하는 횟수를 줄여 모임회비를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나름 커피 마니아인 부부는 눈도 낮췄다. 브랜드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대신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스틱커피를 사서 일주일에 3일 이상 마시기로 했다. 따라서 모임회비는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의류비·미용비(35만원)도 줄이기 대상에 포함됐다. 요즘 양씨 부부는 딸아이 옷을 고르는 취미에 푹 빠져있다. 예쁜 옷을 사거나 세 사람이 커플로 옷을 맞춰 입을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의류비 지출이 상당했다(25만원). 이씨는 딸과 함께 종종 미용실에 들러 같은 헤어스타일로 관리받곤 했다. 이제는 옷 구매·이발 횟수를 줄여 돈을 아끼기로 했다(35만원→20만원).

지출 다이어트의 단골 항목인 보험료(28만원)는 손보지 않았다. 보장항목이나 비용이 적절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생활비(37만원)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세 사람이 한달에 쓰는 비용치곤 규모가 적었다. 야근이 잦은 양씨는 저녁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이씨는 시댁에서 자주 저녁식사를 한다. 양씨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 대신 딸을 돌봐주고 있어 생활비가 그나마 적게 나간 면도 있다. 다만, 이사한 뒤에는 양씨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므로 생활비가 다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소비성 지출(69만원), 비정기 지출(15만원) 등 총 84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29만원 적자였던 부부의 가계부도 55만원 흑자가 됐다. 새고 있는 지출을 최대한 찾아내 줄였음에도 양씨 부부의 지출 규모는 다른 부부들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부부는 적지 않은 금액(월 190만원)을 적금에 붓고 있어서다. 자녀 양육비, 노후를 슬슬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부부의 판단은 적절하다.

다만, 부부의 재테크 방식이 효율적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부부는 목돈 마련·여행자금·자녀 양육비 등 모든 재무 이벤트를 적금으로만 준비하고 있었다. 적금은 원금을 손실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높지 않다. 노후 준비 같은 장기성 재무 목표와의 궁합도 좋은 편이 아니다. 부부에게 좀 더 세심한 재무솔루션이 필요한 이유다. 어떻게 해야 부부가 효과적으로 돈을 불려나갈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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