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세계의 바탕이 된 싸구려 광목

❶흐름, 2018년, 광목에 먹, 82×115㎝ ❷폭포, 2018년, 광목에 먹, 115×82㎝ ❸계곡, 2017년, 광목에 먹, 151×252㎝
❶흐름, 2018년, 광목에 먹, 82×115㎝ ❷폭포, 2018년, 광목에 먹, 115×82㎝ ❸계곡, 2017년, 광목에 먹, 151×252㎝.[사진=학고재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광목 위에 그려진 두 선이 인상적인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김호득 작가의 ‘흐름(2018년)’이다. 강렬한 필치의 두 선의 부딪침이 마치 어떤 기류의 충돌처럼 느껴진다. 여백 위의 먹점들은 시간ㆍ공기 등 보이지 않는 대상의 움직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는 김호득의 개인전이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김호득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요소를 고루 다루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수묵화가다. 타이베이 당다이ㆍ한국국제아트페어 등 최근 국제 아트페어에서 해외 컬렉터의 큰 관심을 끌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인 광목에 그린 수묵화와 특수 한지 위에 한 붓으로 그린 드로잉 연작, 그리고 광목과 한지를 이용해 제작한 대형 설치작품 등 총 20점을 선보인다.

김호득은 35여년간 지필묵만을 고집해왔다. 한국 땅에 태어나 한국화의 앞날을 모색하고 한국의 정신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음양의 조화와 여백의 미 등 한국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전통 수묵화의 형식에만 얽매이지는 않는다. 활동 초기부터 지필묵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법과 재료, 새로운 표현을 탐구하며 작품세계를 추구해 왔다. 

김호득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묵법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 연작 ‘광목에 그린 수묵’을 심도 깊게 조명한다. ‘폭포’ ‘계곡’ ‘흐름’ 연작과 산수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대작 ‘산ㆍ아득(2018년)’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광목은 김호득의 작품세계를 상징하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값싸고 서민적인 광목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가진 천이라는 생각에 계속 사용해 왔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 화선지 대신 회화과 여학생들이 버린 캔버스나 동대문 시장에서 구한 싸구려 광목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광목은 그의 작품 인생 역사를 품은 배경이 됐다.

김호득의 작품은 형상과 여백이 소통하듯 공간을 구성한다. 형상이 여백이며 여백이 형상이 되듯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를 만든다. 이는 음양의 조화라는 동양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연작 ‘겹ㆍ사이(2018년)’ 두 점은 작가가 형상과 여백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 함께 선보이는 대형 설치 작품 ‘문득ㆍ공간을 그리다(2019년)’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열린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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