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무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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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30대는 어쩌면 가장 불행한 세대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과 자존감이다.[사진=연합뉴스]

해마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학 입시에서 좌절한 젊은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찾지 못한 구직자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요즘 젊은이들의 좌절에는 ‘못난’ 어른 책임이 크다.

좌절의 핵심은 ‘취업’이다.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 24.4%(2019년 2월·통계청 조사)라는 수치는 한 가정에 청년 2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한집 건너 한명씩 청년실업자가 있다는 얘기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 그대로 젊은 그들에겐 봄은 봄이 아니다. 신록이 원망스럽고, 일찍 얼굴을 함초롬히 내민 꽃망울이 자신을 비웃는 듯 보일 게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여권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과거 정권에서 교육을 잘못 받아 건강한 판단을 하지 못한 탓이라면서 젊은이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한 청와대 인사는 “젊은이들은 여기 앉아서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가보면 ‘해피조선’이다”고 발언해 분노를 샀다. 20대 젊은이들은 죽어라고 스펙을 쌓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녹록지 않다. 그들은 아버지만큼 될 자신이 없다. 20대는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전후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청년 스스로 삶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는 「당신과 나 사이」라는 책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상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 신호는 얼굴에서 드러난다. 잘생긴 사람이 아닌데도 얼굴에서 빛이 날 정도로 생기가 감돈다. 바로 자신에 대해 “So, it’s me!(그래, 그게 바로 나다, 어쩔래!)”라고 선언하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상처까지도 온전히 내면에 받아들이고 담담해진다. 더 이상 과거에 끌려다니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행복한 인생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품어주고 사랑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최진석 서강대(철학) 교수는 죽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2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남에게 함부로 충고하는 거다. 무분별한 충고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충고는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둘째, 남의 충고를 비판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식 무례한 조언이나 어설픈 위로를 무시하라는 얘기다. 남의 말에 줏대 없이 흔들리지 말고 내면의 소리가 이끄는 길을 가야 한다.

최 교수는 대신 죽기 전까지 꼭 해야 할 2가지를 말했다. 첫째, 자신에 대한 무한신뢰이고 둘째, 자신에 대한 무한 사랑이다. 뇌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남이 나에게 해 준 말과 내가 나에게 해 준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뇌는 말의 내용만을 기억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이 말은 내가 나에게 해 준 칭찬도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에게서 받은 칭찬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이런 칭찬을 해보면 어떨까.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존재야!”

“행복은 훈련이다”라는 니체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웃어야 거울은 비로소 반응을 한다. 감사해서 행복한 거지 행복해서 감사한 것은 아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자존심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마음인데 비해, 자존감은 스스로 나의 가치와 능력에 대해 느끼는 마음이다.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타인을 의식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려면 자존심은 낮추고 자존감은 높여야 한다.

20대, 30대라면 하루로 따지면 새벽 기지개를 켜거나 아침 등굣길인데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기간이 짧다. 학력·재산·외모·재능이 완벽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족함을 딛고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의 아픔은 먼 훗날 인생 최고의 사건이 될지 모른다.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거저 해줄 수 있을까 기다려봤자 아무 소용없다. 당장 소매를 걷어붙이고 어깨를 펴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몰고 온다. 마음속의 can’t에서 t를 지우면 can이다. 기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 가장 큰 발견은 인간이란 존재는 마음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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