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상 떨어진 한국GM

GM본사가 한국GM에 배정했던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건을 중국 상하이GM에 넘겼다. 한국GM 측은 법인분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함의는 작지 않다. 상하이GM의 기술력이 한국GM을 넘볼 만큼 진화했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한국GM의 자리가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심상치 않은 한국GM의 미래를 내다봤다. 

한국GM의 글로벌 위상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퀴녹스는 GM의 대표적인 콤팩트 SUV 모델이다.[사진=연합뉴스]
한국GM의 글로벌 위상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퀴녹스는 GM의 대표적인 콤팩트 SUV 모델이다.[사진=연합뉴스]

한국GM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7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한국GM에서 분리된 연구ㆍ개발법인)의 전주명 부사장이 내뱉은 말이 발단이었다. “콤팩트(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은 중국에 넘기기로 했다.” 

이 말이 파문을 일으킨 건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당시 GM본사가 약속했던 내용과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GM이 GM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콤팩트 SUV의 차세대 디자인 및 차량개발 거점으로 지정됐다(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ㆍ2018년 7월).” 앵글 부사장의 말을 근거로 한국GM은 법인분리를 강행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구ㆍ개발(R&D) 법인을 별도로 분리해 효율과 경쟁력을 높여야 신차개발 물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법인분리가 확정된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GM의 말이 교묘하게 바뀌었다. 한국GM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GM이 개발하게 될 차종은 소형 SUVㆍ콤팩트 SUV가 아닌 준중형 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었다. 콤팩트 SUV를 중국에 넘겨준 대신 CUV의 개발물량을 받은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법인분리) 발표 이후 정치권과 산은의 반대 등으로 법인분리가 지연된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내에선 다른 말이 나왔다. 한편에선 “산은과 GM의 비공개 합의안에 허점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콤팩트 SUV의 신규 개발물량을 중국에 넘겨줬다는 건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한국GM의 위상이 중국에 밀렸다는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한국GM 공장은 조립공정의 효율과 정밀도가 높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글로벌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소형차 위주로 만들던 중국(상하이GM)이 콤팩트 SUV의 개발을 맡았다는 건 그만큼 효율과 정밀도 면에서 쫓아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물론 중국이 해당 차종의 생산까지 맡게 될 때의 얘기지만, 효율과 시너지를 고려하면 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한 곳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GM본사 입장에선 기술 경쟁력에서까지 밀린 한국GM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한국GM의 개발 차종 변동 이슈를 작은 해프닝으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숨은 함의는 작지 않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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