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빠진 불확실성의 늪

르노삼성은 실적이 반토막날 위기에 처했다. 전체 판매량의 47%, 수출량의 78%(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수탁생산계약이 오는 9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메울 만한 대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유일한 대책으로 여겨졌던 르노본사의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탓이다. 르노삼성의 운명이 본사의 손아귀에 달렸다는 얘기다. 사실상 하청업체 수준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르노삼성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노사 협상 데드라인을 넘긴 르노삼성은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노사 협상 데드라인을 넘긴 르노삼성은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이 본사로부터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참고 : 신규 생산물량이란 오는 9월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뒤를 이을 수출 물량을 뜻한다. 프랑스 르노본사가 배정한다.] 

실제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르노본사가 “8일까지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르노삼성 노사는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8일 진행된 20차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은 결렬됐고, 노조는 파업(11일 기준 44회ㆍ168시간)을 이어갔다. 

생산물량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건 큰 문제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의 후속 생산물량을 받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히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총 판매량 22만7577대 가운데 해외 판매량은 13만7208대였다. 그중에서도 로그의 수출량은 10만7245대에 달했다. 전체 판매량의 47.1%, 수출량의 78.2%다.


문제는 로그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르노본사가 배정하는 신규 생산물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수판매용 생산량은 수요에 따라 르노삼성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수출용 생산물량은 본사의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수시장을 기대할 수도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부산공장은 2교대로 돌렸을 때 최소 20만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데, 내수판매량은 겨우 10만여대에 불과하다”면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내수가 기적적으로 늘어나거나 수출물량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량은 지난 2016년 이후로 내리막을 걷다가 지난해엔 9만대 아래까지 떨어졌다. 

최근 르노삼성을 두고 제2의 한국GM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떨어지는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우의 수도 따져봐야 한다. 2012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르노삼성은 1000여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그로부터 7년여, 르노삼성은 다시 기로에 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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