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GM 앞 노사정 동상삼몽 정말 답답” 
“르노·GM 앞 노사정 동상삼몽 정말 답답” 
  • 김다린 기자
  • 호수 330
  • 승인 2019.03.2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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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필수 대림대 교수

한때 한국시장 점유율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GM 군산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ㆍ기업ㆍ노조는 ‘동상삼몽同床三夢’에 빠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답답하다”면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 교수의 쓴소리를 담았다. 

김필수 교수는 “정부와 기업, 노조 모두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등을 돌리고 있는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사진=연합뉴스]
김필수 교수는 “정부와 기업, 노조 모두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등을 돌리고 있는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사진=연합뉴스]

✚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미래가 어둡다. 괜찮을까.
“심각한 위기다. 한국에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약 12%를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역시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며 이 영역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나.
“일단 이들 회사의 차가 국내에선 팔리지 않는 게 문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파이를 나누는 건 국내 5사와 수입차다. 겉으론 치열한 시장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정상적이다. 현대차ㆍ기아차가 독주하고 수입차가 대항마로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존재감이 너무 약해졌다. 최근엔 월 5000대 판매마저 위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잘못 파는데, 해외 본사에 물량 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 올해 두 회사에 신차 계획이 있긴 한데. 
“신차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간 두 회사는 경쟁모델에 비해 비싼 가격과 한발 늦은 출시로 줄줄이 모두 쓴맛을 봤다.”

✚ 모 회사가 외국기업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 아닌가.
“쌍용차도 마힌드라가 최대주주지만, SUV 라인업만으로도 점유율 꼴찌에서 3위 자리를 꿰찼다. 제품 개발방향이나 출시시기, 가격책정 등을 한국 상황에 맞게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덕분이다.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다르다. 사실상 해외 본사의 생산기지로 전락했다.”

✚ 방법이 없단 말인가.
“모기업에서 물량을 배정해줘야 연명할 수 있는 경영구조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다. 수출 시장의 입맛에만 맞추려는 본사의 경영방침을 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금 시급한 건 생존이다. 한국GM이 철수설에 선을 긋고 있고, 르노삼성이 공장 일부를 가동한다고 해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한국공장이 갖고 있던 수출용 생산기지의 타이틀도 위태롭다. 글로벌 본사에 한국은 더 이상 매력적인 공장이 아니다. 파업이 연례행사가 됐고, 해외공장과 비교하면 임금 수준도 높아 생산효율이 떨어진다. 본사의 전략과 방향에 따라선 언제든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얘기다.”

쌍용차와 엇갈린 두 회사

✚ 결국 노조가 풀어야 한다는 건가.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당장은 매력적인 생산기지로서의 끈이라도 잡고, 그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고비용은 어쩔 수 없더라도 고효율화나 고수익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조의 협조가 필수다.”

✚ 노조의 파업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는데.
“회사가 호황일 때 그 과실은 본사가 다 챙기고, 회사가 부실해지면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짊어지는 건 악순환이 맞다. 하지만 생존이 우려되는 지금은 투쟁의 머리끈을 맬 때가 아니다.”

✚ 강성노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왜 안 바뀌나.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마치 ‘회사는 망해도 노조는 영원하다’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비정규직, 2ㆍ3차 협력업체, 지역경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라도 꼭 상생하길 바란다.”

✚ 르노삼성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르노삼성의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 배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조만간 다른 지역에서 신형 로그 생산을 결정했다는 외신을 접하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부산공장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도 ‘이참에 쓴맛을 보고 정신을 차리라’는 말까지 할까.”

✚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매섭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벼랑 끝에 있다는 인식을 정부도 가져야 한다. 삼성차와 대우차를 외국회사에 넘겨 한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만든 덴 정부의 책임도 크다. 더구나 한국GM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철수를 막을 안전장치가 없다. GM 본사와의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하는 건 정부다. 당장 생산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창원공장부터 어떻게든 해야 한다.”

✚ 르노삼성은 어떻게 하나.
“지금 위기가 눈덩이처럼 커지면 또다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서라도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할 게 뻔하다.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도 수년 전부터 여러 문제가 가중돼 폭발한 일인 만큼,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 게 15년 전이다. 그때와 똑같은 전략이면 결과도 같을 거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전개될까.
“글로벌 본사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이다. 이는 파장이 크다. 쌍용차 사태 때 소모한 사회적 비용을 떠올려보자. 한국GM과 르노삼성을 이대로 무너지게 놔둔다면 그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파국이 올 것이다.”

✚ 생존 이후엔 어떻게 되나.
“하루빨리 두 회사의 공장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차량을 만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한국 자동차는 아직 우리 경제에 기여할 몫이 상당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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