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투서파문에 숨겨진 진실

금융감독원이 한화손해보험의 분식회계 논란을 조사 중인 것으로 단독확인됐다. 전직 임원 A씨가 한화손보 측에 보낸 ‘내부투서’가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A씨의 투서가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가 된 건 ‘분식’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한화손보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분식’이 아닌 다른 문제가 보험금 늑장지급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화손보 투서사건을 단독 취재했다. 

한화손해보험이 고객의 완전보장을 위해 혁신하는 손보사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윤식 대표.[사진=연합뉴스]
한화손해보험이 고객의 완전보장을 위해 혁신하는 손보사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윤식 대표.[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이 한화손해보험의 분식회계 논란을 조사 중인 것으로 더스쿠프(The SCOOP)의 취재결과 단독확인됐다. 금감원은 최근 한화손보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전현직 회사 관계자를 불러 소명 절차를 밟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정식검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관련자들의 소명절차 등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있다고 파악되면 현장에 나가서 검사하는 등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손보의 분식회계 논란은 내부 투서에서 시작됐다. 지난 1월 한화손보 감사실에 들어간 투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화손보가 장기보험의 책임준비금 적립을 고의적으로 줄여왔다.” 쉽게 말해,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하는 책임준비금을 의도적으로 줄여 매출을 부풀리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참고: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환급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입보험료의 일부를 일정 기준에 따라 적립한 금액이다. 당연히 고객에게 갚아야 할 돈으로 인식돼 보험사엔 부채로 계산된다. 책임준비금이 적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이유다.]

한화손보 측은 더스쿠프의 첫 취재 당시 “사실무근”이라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투서도, 금감원의 조사도 없었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발뺌했다.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한화손보의 전 임원 A씨는 회사에 투서를 보냈고, 금감원 역시 조사에 착수했다. 책임준비금을 담당하는 B씨(본부장)가 이 문제로 징계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 뭔가 진통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자 한화손보 측은 말을 바꿨다. “내부투서가 접수된 건 맞지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2013년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이 취임한 후 한직으로 밀려난 전직 임원 A씨가 앙심을 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묶어 투서를 전달했다.” 그럼 한화손보 측이 주장한 내부투서와 사실이 다른 점은 뭘까.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해 자체조사 과정에서 장기보험 처리를 절차적으로 잘못했던 점이 발견됐다(이를테면 절차적 오류). 이 문제로 해당부서 본부장 B씨가 징계를 받아 부서를 옮겼고, 이 내용을 들은 전직 임원 A씨가 투서를 넣은 것이다. 금감원도 분식회계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투서에서 시작된 분식 논란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장기보험부서 본부장 B씨가 징계를 받을 이유가 없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의문은 또 있다. 장기보험 처리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절차적 오류’다. 흥미롭게도 이는 한화손보의 고질병인 보험금 늑장 지급과 관련이 있다. 한화손보는 보험금 지급지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손보사다. 손보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금 지급지연율(금액)은 26.59%에 이른다.

손보업계 평균인 21.41%를 5.2%포인트 웃도는 수준으로 손보업계 중 4위다. 한화손보의 시장점유율(지난해 2분기 기준)이 7.0%로 업계 6위 수준이라는 걸 생각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마저도 보험금 지급지연율이 36.94%(업계 1위)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17.21%)을 두배 이상 웃돌던 2016년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 수치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서류를 완비한 고객에게도 제출 서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늦게 지급한 게 문제가 됐다”면서 “이런 오해가 사실관계가 아닌 분식회계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쉽게 말해, 한화손보가 말한 절차상 오류는 보험금 지급을 늦추려는 꼼수였다는 것이다.

한화손보의 주장대로 전직 임원 A씨가 제보한 ‘분식회계’ 논란은 과하게 부풀려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논란의 불씨까지 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분식회계 논란 뒤에 숨어 있던 ‘보험금 늑장지급’ 문제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분식이든 보험금 늑장지급이든 소비자를 기망한 것은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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