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딛고 고속질주하는 경차‘열전’

전례 없는 글로벌 불황기,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구입비와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경차의 시대다.

 
직장인 A씨는 자신의 첫차로 경차(1000㏄급)를 선택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는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스파크 등 3종류다. A씨는 우선 기아차 판매점을 찾았다. 기아차 레이의 가격은 1375만원. 최근 가장 잘나가는 가솔린 럭셔리 모델이다. 정부의 세제혜택으로 취•등록세는 면제다.

기아차의 또 다른 경차 모닝은 1226만원(가솔린 디럭스 스페셜)이다. 가장 저렴한 가솔린 VAN 모델은 830만원이다. 기아차가 올 하반기 주력 모델로 내세우는 준중형급 ‘K3’(1700만원:최종가격미정) 보다 900만원 가량 저렴하다. A씨는 한국GM의 스파크(가솔린 LS스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가격은 1259만원. 경차 혜택 까지 감안해도 모닝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끝나지 않는 ‘경차 바람’

▲ 기아차의 모닝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5만5600대를 판매하며 국내 경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한국GM 대리점 직원에게 모닝과 차이점을 물었다. 직원은 안전성을 꼽았다. “경제성과 실용성 부분에서는 모닝 등 다른 경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장력 강판을 사용하는 등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온 안전성은 어떤 경차보다 뛰어나다.”

“작지만 강하다.” 세계불황이 깊어지는 최근 들어 경차가 뜨고 있다. 준•중형•대형차보다 구입가격과 유지비가 비교적 저렴해서다.

국내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경차는 총 12만4450대다. 전년(10만1600대) 대비 22.4% 증가했다. 한국GM(옛 대우차)의 티코가 경차 시장의 문을 연 1992년 이후 최고 실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81만2700대)는 지난해보다 5.7% 줄었다. 특히 기아차 모닝은 1~7월까지 5만5600대가 판매됐다. 모닝은 국내 경차 시장의 44.7%를 점유하고 있다. 모닝, 레이, 스파크 3개 경차 중 1위다. 스파크는 3만8500대(30.9%), 레이는 3만300대(24.4%)가 팔렸다.

경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고유가와 경기 침체 때문이다. 저렴한 차량 구입가격 외에도 세금 혜택과 효율적인 연비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차의 공인 연비는 L당 16~19㎞(자동변속 기준) 수준이다. 중형차량보다 30% 정도 기름을 적게 사용한다.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특별소비세•등록세•취득세는 면제된다. 또 고속도로와 유료도로 통행료, 공영주차료는 50% 할인된다. 또 경차의 특성상 첫차를 마련하는 고객과 여성 운전자에게 매력적이다.

 
국내 중고차 판매업체인 카피알 관계자는 “수리와 관리 비용이 다른 차종에 비해 저렴해 사고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초보나 상대적으로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 운전자들이 경차를 많이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차의 작은 차체는 주차난이 심각한 우리나라 도심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330㎡(약 100평) 주차장을 기준으로 중형급인 쏘나타는 주차가 40여대가 가능하지만 레이는 75대까지 가능하다”고 덧 붙였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경차도 마찬가지다. 불황엔 강하지만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1000cc 이하로 배기량이 낮고, 차량의 크기도 중형차보다 작아 내부 공간이 부족하다. 이는 가족형 자동차와는 거리가 있어 중년층이 경차를 구입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90㎞ 이상이면 연비 급격히 떨어져

▲ 레이 외관과 내부 모습.
국내에 경차는 모닝과 레이, 스파크 등 단 3종류뿐이다. 디자인과 스타일이 한정돼 있다. 개성과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유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업계엔 ‘경차를 구입하는 고객은 디자인 등 자동차 외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 자주 들린다. 또 차량 크기가 작기 때문에 중•대형 차량에 비해 안전성이 취약하고 승차감도 떨어진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차량 크기가 작다는 것은 경차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며 “도심형 자동차로 좁고, 60~ 80㎞ 도로에서는 연비가 효과적이지만 고속도로에서 큰 차가 옆에 지나가면 흔들리고, 90㎞ 이상일 경우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3대 중 1대가 경차인데 국내 경차는 3종류뿐이다”며 “국내 자동차업체는 중대형 차량 등 수익모델에만 치우치지 말고 경차 라인 확대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sue in Issue  국내 경차 일대기
경차시대 시동 건 티코… 모닝 출시 후 고속질주

경차는 한국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엔진 배기량 1000cc 이하로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인 자동차를 말한다.

▲ 스파크 외관과 내보 모습.
국내 경차 시장은 1992년 대우자동차의 티코와 함께 형성됐다. 이후 매년 3만~5만대가 팔리던 경차는 각종 혜택이 붙으면서 1996년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런 시장 흐름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아토스(1997년), 비스토(1999년)를 출시하며 경차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IMF 이후 판매 위축과 2000년 초중반 중•대형 세단의 인기로 과거 3만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2008년 경차 배기량 기준을 800cc 미만에서 1000cc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차량 크기를 늘리면서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이후 기아차는 배기량과 차량 크기를 늘린 뉴 모닝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인 레이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GM도 2009년 스파크를 새롭게 출시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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