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소득공제 형평성 논란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기능은 거의 똑같다. QR코드로 결제하고, 결제수수료는 제로다. 카카오페이가 제로페이의 사업자가 되면 카카오페이든 제로페이든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게 맞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월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카카오페이가 사업자가 되더라도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로페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을 취재했다. 

정부가 제로페이의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제로페이의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로페이가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부산시·창원시 등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제로페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 1월 전국 17곳 지역 109개 상권을 제로페이 시범상가로 지정했다. 편의점·프랜차이즈 등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제로페이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소득공제(40%) 혜택을 위한 법안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일 제로페이에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혜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 
서울시 관계자는 “3월 상정된 이후 이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며 “대부분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제로페이의 소득공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두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광고한 제로페이 환급액 ‘75만원’은 과장이다. 300만원인 소득공제 한도가 500만원으로 확대된다는 걸 가정한 상태에서 환급액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급액 75만원은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연간 2500만원을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로 써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소득공제율 40%를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누적가입자 수 2600만명, 월 사용자 1300만명인 카카오페이는 지난 1월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소득공제율 40%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참고: 카카오페이는 1월 제로페이 본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일정이 연기되면서 카카오페이의 제로페이 합류도 늦어지고 있다.]

먼저 두 결제 시스템을 비교해보자. 이름만큼이나 두 결제 시스템은 비슷한 면이 많다.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 모두 QR코드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 계좌에서 소상인 계좌로 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거래의 형태라는 점도 같다.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혜택도 다르지 않다. 제로페이는 매출액 8억원 이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0%의 결제 수수료를 적용한다.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대형프랜차이즈 등을 제외한 가맹점은 결제 수수료가 없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QR결제 키트가 설치돼 있는 가맹점은 수수료가 없다”며 “카카오페이 QR결제는 개인 간 송금서비스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혜택이 다르다는 점이다. ‘제로페이’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그렇지 않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QR결제를 사용할 경우 현금영수증을 요청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로페이와 같은 수준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제로페이 사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더라도 제로페이 QR코드를 사용해야만 40%의 소득공제율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더라도 제로페이 QR코드로 결제하지 않으면 소득공제율 40%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법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카카오페이의 소득공제를 인정하면 모든 간편결제가 공제를 받아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QR결제는 제로페이와 똑같은 결제 방식과 소상공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카카오페이 QR결제는 제로페이와 똑같은 결제 방식과 소상공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쉽게 말해,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더라도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찍고 결제해야 소득공제(40%)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QR코드를 찍고 결제하면 40%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더라도 제로페이 QR코드와 카카오페이 QR코드를 각각 찍는 등 두가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손희선 납세자연맹 팀장은 “취지는 똑같은데 정부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혜택을 덜 받게 되는 것”이라며 “연말정산을 받는 근로소득자에게도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제로페이는 되고 카카오페이는 안 되게 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만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꾀하고 있는 제로페이 확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로페이가 ‘관치페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제로페이 논란이 나올 때마다 제로페이는 민간주도 사업으로 정부는 간접지원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비자 선택 어렵게 해

하지만 제로페이의 정착에 필요한 소득공제 혜택에선 민간은 뒷전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두고 심판이 경기에 뛰어든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용공여·할부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 카드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사업에만 왜 40%의 소득공제율이 적용돼야 하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고 소비자에게 혜택이 생긴다는 이유로 시장을 등한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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