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거래정지 19곳 뜯어보니…회계법인, 완장 찼나 몸보신했나
코스닥 거래정지 19곳 뜯어보니…회계법인, 완장 찼나 몸보신했나
  • 강서구 기자
  • 호수 331
  • 승인 2019.03.25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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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외부감사법 시행 후유증

코스닥 시장에 주식 거래정지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19곳(스펙 1곳 제외)에 이르는 기업의 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벌써 지난해 수준 22곳(스펙 2곳 제외)과 엇비슷해졌다. 거래정지 기업이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까닭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회계법인이 감사를 깐깐하게 보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가는 두 방향이다. 한편에선 ‘회계법인이 몸을 사린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에선 ‘완장을 찼다’고 꼬집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닥에 부는 거래정지 공포를 취재했다. 

감사의견 거절, 비적정 등을 사유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코스닥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감사의견 거절, 비적정 등을 사유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코스닥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3월 14일, 코스닥 중견기업 케어젠의 거래정지 공시에 증시가 술렁였다. 케어젠은 화장품·의료기기·건강식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8218억원으로, 코스닥 순위는 42위다. 실적도 탄탄했다. 지난해 매출액 634억원, 영업이익 365억원을 찍었는데, 3년 만에 각각 74.1%, 78.0% 증가한 덕분이었다. 연초 6만9100원이었던 주가도 지난 14일 7만6500원(14일 기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케어젠을 둘러싸고 이상한 소문이 나돈 건 지난해 말부터다. 골자는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일부 투자자는 ‘낭설’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이 소문은 현실이 됐고, 케어젠의 거래는 중지됐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는데, 어쨌거나 케어젠에 투자한 1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332만주·30.9%·2018년 상반기 기준)의 자산은 묶이고 말았다. 충격이었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거래정지·상장폐지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는 19곳(스펙 1곳 제외)에 이른다. 지난해 거래정지 종목 22곳(스펙 2곳 제외)과 숫자가 벌써 비슷해졌다. 거래정지 종목 19곳(스펙 1곳 제외)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은 1조9179억원이다.

거래정지 사유별로 살펴보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8곳이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거절·비적정 의견이다. 다음으론 ‘전 대표의 횡령·배임(4건)’ ‘불성실 공시(3곳)’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2곳)’ ‘최근 2개 사업연도 사업 손실 자기자본 50% 초과(1곳)’ ‘회계처리 위반(1곳)’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히 ‘감사의견 비적정’ 공포다. 의견 비적정 사유로 거래가 정지됐다가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4~2018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42개 기업 중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상장 폐지된 기업은 32개(74.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상장 폐지된 기업은 12개로 2017년(6개) 대비 두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여기까지의 통계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올해 비적정 감사 의견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될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외부감사 대상 기준 확대와 부정·부실감사 제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시행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감사가 꼼꼼해진 만큼 거래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결과를 받을 공산도 커졌다는 얘기다.


늘어난 코스닥 주식거래 정지 기업

외감법 시행에 따른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개선안을 내놓았다. 당해 연도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개선기간은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정기감사의 2.5배에 달하는 재감사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억울한 상장폐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은 여전히 없다. 개선안으로 즉각적인 상장폐지는 면할 수 있게 됐지만 주식거래는 정지되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 문턱은 낮추는 반면 외부감사 기준을 높인 정부 정책이 투자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 됐다”며 “진입 문턱을 낮춰 상장사 유치에 열을 올리다 문제가 되니 회계투명성을 핑계로 감사를 강화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선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감사 문제로 거래가 정지가 된 기업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MP그룹과 경남제약은 대표적 사례다. ‘미스터피자’와 ‘레모나’ 유명한 두 기업은 대표 횡령·배임(MP그룹·2017년)과 회계처리 위반(경남제약·2018년)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두 회사는 개선기간 연장으로 상장폐지를 면하고 있지만 거래정지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거래정지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고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해서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비적정 등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외감법이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회계법인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감사의견을 거절부터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개선안 투자자 보호 효과 있나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강화한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부실 감사 우려를 의식한 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비적정 의견을 남발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는 유가증권 상장사에 비해 회계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감사 비적정 의견 등 거래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감사 결과를 받는 코스닥 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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