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탈피하려는 롯데하이마트의 도전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제품 양판점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사진=뉴시스]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제품 양판점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다.[사진=뉴시스]

유통 경기가 최악에 가까웠던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몸집은 줄지 않았다. 매장 수는 400곳을 훌쩍 넘어섰고, 매출은 4조원을 찍었다. 하지만 내실은 신통치 않았다.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줄었는데, 온라인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탓이었다. ‘오프라인의 강자’가 온라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는 거다. 실제로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신규사업에 식음료판매업, 여행업 등을 추가할 만큼 팔색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전을 탈피하려는 롯데하이마트의 도전을 취재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제품 양판점의 대명사다. 시장점유율은 44.7%(2017년 기준)로 압도적인 1위다. 매장 수는 463곳(2018년 기준)에 이른다. “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이 회사의 광고 캠페인(2002년)이 소비자에게 ‘전자제품=하이마트’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하이마트는 그동안 넓은 매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보고 살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최적의 입지에 출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익을 끌어올렸다. 그 덕분인지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2005년 1조812억원이던 매출액은 2017년 처음으로 4조원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4조1113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환경가전’이라 불리는 공기청정기ㆍ건조기ㆍ스타일러 등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한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매출 신장률(전년 대비ㆍIBK투자증권)은 각각 160%대, 100%대에 달했다.

 

그럼에도 롯데하이마트가 맘껏 웃지 못하는 건 고꾸라진 영업이익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4억원으로 전년 동기(289억원) 대비 53.5% 급감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1865억원으로 전년(2074억원) 대비 10.1%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비용의 증가다. 이 회사의 판매관리비는 2017년 2318억원에서 2018년 2434억원으로 116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온라인 프로모션에 힘을 쏟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경가전ㆍ소형가전 등이 매출 증가를 이끌었지만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111조원을 넘어섰다. 이중 가전ㆍ전자ㆍ통신기기 거래액은 16조8934억원으로 1년새 3조8247억원(23.5%) 증가했다. 사실상 오프라인 업체인 롯데하이마트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영업이익에 이어 매출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온라인에 특화된 업체가 한두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자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온라인 업체도 차고넘친다.


여기에 전자제품 해외직구도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해외직구를 통한 전자제품 반입 건수는 168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카테고리별로는 TV 109%, 냉방기기(선풍기ㆍ에어컨) 9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로선 지난해 스포츠 특수(평창동계올림픽ㆍ러시아월드컵)와 계절 특수(111년 만의 폭염)를 해외직구에 뺏긴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직구족 사이에서 ‘차이슨’이라는 별칭을 얻은 중국 생활가전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면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헤어 드라이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산 무선청소기(2017년 1만건→10만건), 공기청정기(7만건→17만건) 등이 밀려 들어왔다. 이 관계자는 “직구족의 쇼핑 시즌인 중국 광군제(11월 11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23일), 사이버먼데이(11월 26일) 등이 하반기에 몰려 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전자제품 직구 실적은 대폭 늘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 건조기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했다.[사진=뉴시스]
공기청정기 · 건조기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했다.[사진=뉴시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옴니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참고 | 옴니 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소비자가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쇼핑 환경이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더 큰 만큼, 온오프라인 두 채널의 강점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옴니채널은 ‘옴니존’과 ‘옴니스토어’로 운영된다. 전 매장에 구축된 옴니존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태블릿PC를 통해 매장에 없는 제품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옴니스토어는 지난해 1월 처음 문을 연 온오프라인 결합형 매장이다. 고객이 상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매장에 진열되지 않은 상품도 태블릿PC로 주문ㆍ결제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현재 13개 운영 중인 옴니스토어 매장을 올해 20여개 더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식음료판매업, 여행업, 오락장ㆍ체육시설ㆍ공연장 등의 운영업 등을 신규사업에 추가한 것도 옴니채널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지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 “가전제품과 관련 깊은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를 강화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옴니채널의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옴니채널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혜택을 줘야 하는데 이는 결국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인건비ㆍ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크고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대비 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옴니채널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오프라인의 강자 롯데하이마트는 과연 옴니채널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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