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의 직장인들. 그러다 보니 돈 버는 일은 잘해도 돈 불리는 일에는 서투르다. 많은 이들이 별 생각 없이 예적금에만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적립형 발행어음 등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면 투자할 만한 상품은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돈을 효율적으로 불리는 비법을 소개한다. ‘실전재테크 Lab’ 24편 마지막 이야기다.

재무목표의 준비 기간에 맞춰 다양한 투자상품을 활용하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목표의 준비 기간에 맞춰 다양한 투자상품을 활용하면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새 집 재테크’를 준비 중인 양준섭(42·가명)씨와 이미라(38·가명)씨. 목 좋은 곳에 새로 지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이씨 친구 소식을 듣고 부부도 인근 아파트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부부에겐 부인 이씨가 결혼하기 전 갭투자로 매입해 뒀던 아파트(서울 노원구·3억7000만원)가 있는데, 새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매입자금도 마련할 겸 처분할 생각이다. 아파트를 산 지 10년이 지났지만 고작 5000만원 올라 이씨가 속앓이를 하고 있어서다.

집을 산다는 부담감이 컸는지 부부는 가계부도 다시 짰다. 지난 상담에서 새어나가는 지출이 없는지 살펴보고 불필요한 지출은 여지없이 제외했다. 양씨 부부의 월 소득은 670만원(남편 430만원·아내 240만원). 가계부를 살펴보니 생활비·보험료 등 단골항목에선 크게 문제 삼을 만한 항목은 없었다. 대신 용돈을 줄이고 키즈카페(40만원→15만원)나 의류비(35만원→20만원) 등 다소 과하다고 생각하는 지출을 조금씩 줄여 월 29만원의 적자를 메우고 55만원 잉여자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양씨 부부는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월 190만원을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해 왔다. 하지만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부부가 오로지 적금으로만 돈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재테크엔 이골이 났지만 펀드나 주식 등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적금은 원금을 손실할 우려가 없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낮다. 따라서 무조건 예금·적금통장에 모으기보다는 재무목표의 특성과 걸맞은 투자상품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부부가 첫 상담 때 우선순위를 매겼던 재무목표들을 단기→장기 순으로 나열해 보니 자동차 교체, 새 아파트 입주,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 순이었다. 잉여자금(55만원)을 포함한 245만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을까. 

먼저 자동차 교체에 필요한 자금부터 마련해보자, 부부는 1년 안에 차를 바꿀 계획인데, 이런 경우엔 적립형 발행어음을 활용하면 좋다. 이는 증권사가 지급을 약속하고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단기금융상품으로, 일종의 채권이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증권사에 대출을 해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것이다. 1년 이내의 단기투자상품이고, 확정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안전성 대비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적립형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연 3.0% 정도다. 신규 고객인 양씨 부부는 높은 수익률 혜택(연 5.0%)을 받지만 납입금 한도가 있다(최대 50만원·연 600만원). 우선 적립형 발행어음에 월 30만원씩 납부하고 적금통장(월 50만원)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다음은 새 아파트 자금 마련이다. 금리가 몇년 전보다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일부 특판상품과 우대상품을 제외하면 주요 은행의 금리는 1.2%대에 불과하다. 신협·새마을금고 등 지역 단위인 서민금융기관의 특판상품을 잘 활용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다. 농협·축협 등에서 준조합원의 자격을 부여받으면 이자소득세도 면제된다. 부부는 월 100만원씩 서민금융기관에 저축해 종잣돈을 만든 후 1년 뒤 금융사에서 특판으로 나오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기로 했다.

자녀 명의로 돈을 붓고 있던 양씨 부부는 중간중간 적금을 해지해 지출할 것인지, 목돈으로 모아 성인이 됐을 때 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적금은 자녀 교육비를 모으기에 적절하지 않다. 10~15년치 물가상승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부는 하던 대로 20만원씩 저축하되, 연금과 펀드를 5대5 비율로 구성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상품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부부의 노후 준비로는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했다. 이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납입금 대비 높은 연금자원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연금저축상품 이체 간소화로 많은 이들의 자산이 연금저축보험에서 연금저축펀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을수록 그만큼 원금 손실의 위험도 커진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연금저축의 핵심은 노후자금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과 부수적으로 절세 혜택을 보는 것이다. 부부는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은 피하고 주식과 채권이 혼합된 중립형 투자상품(월 30만원)에 가입했다. 저사업비변액연금(23만원)도 만들었다. 비과세이고 암·뇌·심장질환 등에 걸렸을 때 보험사에서 차후 납입금을 대신 납입해준다는 장점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유의해야 한다.

부부는 월 2만원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도 가입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지만 임대·장기전세주택과 공공·민영 아파트를 분양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요즘처럼 주택가격이 높아졌을 땐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보다 민영 아파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주택 소유 여부나 연령 제한도 없다. 일반 예금·적금보다 이율이 좀 더 높고 불입금액도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저축 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CMA통장도 만들었다. 이 통장은 수익성이 낮지만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생긴다는 특징이 있어 자주 꺼내 쓰는 용도로 활용하기에 좋다. 부부는 상여금과 인센티브를 CMA통장에 저축해 비정기 지출 용도로 쓰기로 했다. 이것으로 양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출 다이어트로 확보한 55만원과 기존 저축액(190만원)은 새 차 마련(월 80만원), 새 집 마련(100만원), 자녀 교육비(20만원), 노후준비(43만원), 주택청약저축(2만원) 용도로 알뜰히 분배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부가 ‘새 집 재테크’를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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