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vs 2018년 아시아나항공 ‘알짜의 추락’
2009년 vs 2018년 아시아나항공 ‘알짜의 추락’
  • 김다린 기자
  • 호수 332
  • 승인 2019.04.01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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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오른 알짜회사, ‘쪽박’의 민낯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재계를 충격에 빠뜨린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적정 의견이 담긴 수정 감사보고서가 다시 제출됐고, 관리종목에서도 해제됐다. 사태 책임을 이유로 그룹 수장인 박삼구 회장까지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경영 정상화까진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룹이 무너졌던 2009년의 경영지표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09년과 2018년 아시아나의 경영지표를 비교해 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사진=연합뉴스]

3월 22일. 재계에 ‘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가 터졌다.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인에게 ‘한정’ 감사의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제시한 근거를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불확실하다는 뜻이었다.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코스닥기업의 일인 줄만 알았던 감사의견 ‘비적정’을 굴지의 대형항공사가 받았으니 그럴 만했다. 금융시장에도 공포가 확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은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이 회사가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채권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혹여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ㆍ1조2000억원 규모) 등에 물리는 투자자가 속출할 게 뻔했다. 

다행히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그로부터 4일 뒤인 3월 26일 삼일회계법인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수정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식과 회사채는 정상거래됐고,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에서도 벗어났다. 사태가 일단락되자 이번엔 다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장의 우려가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거였다. “아시아나항공이 한정의견을 받은 건 재무부실이 원인이라기 보단 달라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영향이 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새 외감법은 감사인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가 드러나면 감사인도 징계를 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회계사들이 한층 깐깐해진 잣대를 적용하다가 발생한 해프닝이란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회사의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달라진 외감법을 감안하고 봐도 사태의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는 시각이 더 많다. 중견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새로운 외감법은 정확하게 기업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뿐이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견실한 경영실적을 이어갔다면 회계법인과 의견을 충돌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3월 28일 그룹 수장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은 물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은 “그간 야기한 혼란의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감사보고서 비적정 쇼크

그렇다면 이 회사 재무구조는 얼마나 악화돼있는 걸까. 아시아나항공이 과거 위기를 겪었던 시기의 경영지표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2009년은 좋은 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8년)을 잇따라 삼킨 후유증으로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그룹은 공중분해됐고, 인수ㆍ합병(M&A) 당시 주요 자금줄로 활약한 아시아나항공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그럼 아시아나항공의 2009년과 2018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자본(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수한 자산)은 2009년 7518억원에서 2018년 1조931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커졌다. 2009년엔 4조880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지난해엔 7조1833억원으로 더 성장한 실적을 거뒀다.

2018년 -1958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은 2009년에 낸 적자(2331억원)와 비교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2009년 -5.7%, 2018년 0.3%)과 순이익률(2009년 -6.5%, 2018년 -2.7%)을 따져 봐도,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언뜻 견조하다. 

하지만 좀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를 ‘개선된 실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기업 몸집이 불어난 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자율협약(2010년)을 맺기 직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등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LCC인 ‘에어서울’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개발’ ‘금호리조트’ ‘아시아나세이버’ 등을 추가로 거느리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이사아나항공이 자금줄 역할을 해온 덕분이다.

부채비율은 되레 상승

그 때문인지 2009년과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개별기준)은 크게 악화했다. 2009년 694.6%로 가뜩이나 높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814.8%로 더 치솟았다. 2017년 CJ대한통운 주식, 2018년 광화문 사옥 등 알짜자산을 팔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믿을 수 없이 높은 부채비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외부자금을 많이 끌어다 쓴 탓인지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순차입금(이자가 있는 부채에서 현금과 단기예금을 뺀 금액)은 2조9875억원에 이른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랐던 2009년(3조7839억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적정 의견으로 한숨은 돌렸지만, 경영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할 자금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보유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낮추면 파장은 더 커진다. 한국신용평가 등은 이 회사의 신용등급(BBB-)을 투기등급(BB+)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빚더미에 오른 아시아나항공은 분명 위기다. 박 회장이 떠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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