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할까 말까

한편에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면서 맞받아친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도 오락가락이니, 내집마련을 꿈꾸는 이들의 머리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대체 어떻게 흐를까. 필자는 이 답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다.”

주택 분양 시기를 민감하게 고민하는 사업자들이 늘었다.[사진=뉴시스]

어느덧 4월, 오후 봄볕은 따스하지만 여전히 한파인 곳도 있다. 주택시장이다.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편에선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한편에선 “주택가격의 본격적인 하락은 시작조차 안 했다”고 맞받아친다. 내집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도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의 생각은 단호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택시장의 상승 전망은 사라질 것이다.” 주택시장은 당분간 한파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이유는 분명하다. 경제 상황을 알리는 지표가 모두 경기 하락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3월 19일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보자. 2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4만3444건이었다. 지난해 대비 37.7% 줄었다.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5년 평균치(7만100건)보다 38% 감소했다. 2013년 2월 4만7000건을 기록한 후 2월 거래치로는 최저 수준이다. 2013년은 2007년 13억원이었던 은마아파트가 8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한 시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주택경기가 한창 상승하던 지난해 봄·여름·가을에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핵심은 ‘앞으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은 하락할 수밖에 없으니 부동산 투자를 가급적 하지 말고 잉여 주택을 정리하는 데 힘을 쏟으라.”

강의에 참석했던 사람 중 일부는 이 말을 믿고 따랐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경기를 믿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지금은 다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었던 사람들마저 필자에게 ‘시장의 흐름’을 묻고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럼 필자의 예상은 어떻게 적중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이밍’이다. 주식시장이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는 반면, 주택시장은 일정한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한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을 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일정한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지난해 시장의 하락세를 예고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방법은 또 있다. 주택시장 안팎엔 실제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목소리는 곧 예상의 근거가 된다. 서울·경기를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전·대구·부산 등 전국에 있는 아파트·상가·오피스텔·주상복합의 분양 정보가 근거라는 얘기다. 예컨대, 요즘은 분양 시기를 언제로 하는 게 좋을지를 문의하는 분양업체가 부쩍 늘었다. 상승세가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거나,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분양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분양시장이 침체기에 빠져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택시장, 내후년까지 침체

마지막 방법은 통계를 보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월간건설동향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 09%로 1월과 유사했다. 65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 2월에도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 때문인지 올 1월 미분양 주택도 지난해 12월 대비 0.6% 늘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미분양 2000호가 늘어날 때, 기존 미분양은 200여호 소진되는 데 그쳤다.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 주택은 무려 1만7981호에 달했다. 적체되는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 주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건 되레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추이, 현장, 통계 모두 ‘하락’을 가리키고 있는데, 여전히 ‘주택시장이 조만간 뜨거워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숱하다. 이들의 근거는 ‘주택시장의 하락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답은 자명하다. 특정 부동산을 팔아야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을 말해보자. 주택시장은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상승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주택가격이 곧 상승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는 게 좋다. 그럼 내집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무얼 준비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주택 투자는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아무도 찾지 않을 때 해야 한다. 약간 떨어지는 수준의 시기를 지나 찾아오는 장기하락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주택을 매입하는 최적의 시기는 흥미롭게도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그때가 가장 안전한 시기이자 기회다. 결국 지금은 ‘웨이팅 타임(Waiting Time)’이다.
허준열 투자코리아 대표 co_eunyu@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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