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上

싱글맘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직장생활부터 자녀 양육, 노후준비까지 고스란히 혼자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엔 자녀의 결혼이 찾아온다. 그런데, 결혼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 싱글맘의 사연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5편 첫번째 이야기다.

자녀가 올바른 경제관념을 갖추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가 올바른 경제관념을 갖추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년 넘게 중소기업 회사에 몸담아온 나채원(58·가명)씨. 처음엔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면서 차근차근 승진 계단을 밟았다. 회사도 꾸준히 성장해 나씨는 어느덧 ‘부장님’ 소리를 듣게 됐다. 나씨가 회사에서 중요직에 앉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엇보다 나씨는 싱글맘이다. 25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남편과 사별했다.

외동딸인 박가희(28·가명)씨가 3살 때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십수년을 고군분투해왔고, 나씨의 노력 덕분에 박씨는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나씨도 어엿하게 자라난 딸을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제 나씨는 자신의 노년이 신경 쓰인다. 퇴직까지 앞으로 4년밖에 남지 않아서다. 보통 은퇴를 코앞에 둔 이들의 재무 우선순위로는 노후자금과 자녀 결혼비용이 1·2위를 다툰다. 반면 나씨의 관심 1순위는 노후에 혼자 살 집이다. 20년 가까이 자택 없이 전셋집(인천 연수구 동춘동·2억5000만원)에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다가올 박씨의 결혼식도 걱정거리다. 벌써 3년차 직장인임에도 박씨가 모아둔 돈은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결혼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나씨는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용돈이나 생활비를 일체 받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면 딸아이가 돈을 열심히 모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박씨의 행동은 엄마의 바람과는 전혀 달랐다. 박씨는 엄마가 “결혼하면 3000만원 결혼자금을 마련해 주겠다”면서 입버릇처럼 한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평소 박씨가 저축보다 자기 꾸미기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나씨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건 아니다. 박씨가 결혼하면 나씨는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를 처분해 결혼비용의 일부라도 지원해줄 생각이다. 20여년 회사에 매진하느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할 걸 조금이라도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후 남는 돈으로 작은 집을 구입해 혼자 생활하는 게 나씨의 소박한 계획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박씨에게 필요한 건 결혼자금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박씨가 제대로 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경제개념을 가르치는 게 우선이다. 병원비나 노후연금 문제로 나씨가 박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해 보였다. 다행히도 박씨는 나씨가 상담을 받을 때마다 함께 참석해 재무 솔루션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나씨의 재무 구조를 살펴보자. 나씨의 월소득은 420만원이다. 부채는 신용대출로 받은 1000만원과 전세자금대출 5000만원이 잡혀 있다. 현재까지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다. 소비성 지출로는 공과금에 23만원을 쓰고 있다. 통신비·인터넷·TV 수신료는 총 18만원이다.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월 70만원이다. 문화생활비로는 7만원씩 쓰고 있다.

교통비·유류비는 15만원이다. 나씨는 어머니에게 용돈 20만원을 드리고 있다. 각종 모임회비는 11만원씩 나간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씨는 헬스에 월 10만원을 쓴다. 대출이자는 15만원이다. 보험료는 총 90만원이다. 나씨는 용돈으로 50만원을 사용한다. 이밖에 건강보조제 구입과 병원비로 20만원을 지출하는 등 총 349만원이 소비성 지출에 쓰인다.

비정기 지출은 명절·경조사비(3만원), 여행·휴가비(20만원), 자동차 세금·보험료(18만원) 등 총 41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나씨와 박씨 명의로 된 청약통장(각각 10만원)과 펀드(10만원)가 있다. 모두 더해보니 나씨는 총 420만원을 쓰고 있었다. 나씨의 지출은 월소득을 넘어서지 않았다. 나씨의 수입이 최고 수준에 이른 데다 자녀가 성인이 돼 양육비·교육비가 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1차 상담에서 곧바로 줄일 수 있는 소비항목이 눈에 띄었다.

먼저 생활비(70만원)다. 두 사람이 쓰는 것치곤 지출 규모가 상당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씨는 평일에 대부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주말에도 딸과 함께 외식을 한다. 요새는 최소 1만원 이상은 주문해야 음식이 배달되는 데다 1000원~2000원 배달료도 붙는다. 나씨는 미리 장을 봐놓고 평일엔 1~2가지 요리를 하는 식으로 배달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주말에도 가급적이면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70만원에 달했던 생활비를 50만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는 월 10만원의 헬스 비용이다. 나씨는 자택에서 네정거장 떨어져 있는 고급 헬스장에 1년 3개월째 운동을 다니고 있다. 문제는 운동을 한달에 두세번밖에 안 한다는 점이었다. 
나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헬스장이다보니 일이 많거나 몸이 피곤하면 잘 안 가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나씨는 휴대전화 앱으로 집 근처에 있는 저렴한 헬스장을 찾아봤다. 다행히 3개월 10만원에 전문 트레이너가 있는 체육관을 찾았고, 헬스 비용도 10만원에서 3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나씨의 지출 흐름표에서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수두룩했다. 과한 통신비와 각종 모임회비는 물론 대출이자와 보험료도 절감 대상이다. 지금부터라도 노후를 대비하려면 지출보다 저축에 신경써야 한다. 모녀가 어떻게 해야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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