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0.05%포인트 인하 효과 살펴보니 …

정부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적용되는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적용되는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정부가 23년 만에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시장의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인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인하폭이 적어서다. 게다가 증권거래세 인하 혜택이 개인이 아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증권거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해봤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 거래세와 자본이득세 간 역할을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1일 열린 ‘혁신 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비상장주식의 증권거래세를 현행 0.3%에서 0.25%로 0.05%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증권거래세가 예정대로 인하된다면 1996년 0.3%(코스피·코스닥)로 고정된 지 23년 만이다. 주식을 팔 때 원천징수하는 세금인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 이유는 숱하게 많다. 무엇보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는 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선진화한 미국·일본·독일 등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참고: 중국(0.1%)·대만(0.15%)·홍콩(0.1%)·이탈리아(0.2%) 등은 증권거래세가 있지만 세율이 우리보다 0.1~0.2%포인트가량 낮다].
 

증권거래세를 낮춰 증시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있었다. 지난해 1월 2600포인트를 넘보던 코스피지수가 1년 만에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치권 인사들은 증권거래세를 손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봐도 증권거래세 낸다니 어이없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1월 15일 금융투자협회 현장 간담회)” “증권거래세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1월 16일 핀테크 현장간담회)” “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일부 공감한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월 30일 기자클럽 초청토론회)” 등등.

정부 역시 시장의 요구를 의식한 듯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낮췄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떨어뜨린 게 어떤 효과를 낼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장범식 숭실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의 기대에 비해 인하폭이 크지 않다. 증권거래세 0.05%포인트 인하로는 거래를 활성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득력이 없지 않은 말이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세금은 6조2000억원에 이른다. 증권거래세 인하율 0.05%를 적용해 나오는 추가 자금은 1조원가량에 불과하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해도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분은 40억여원밖에 안 된다. 코스피 지수의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5486억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조족지혈’이다.


증권거래세 인하의 과실이 개인투자자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거래세는 주가와 거래량보다는 거래대금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2200조원을 웃돌았던 2011년(2260조673억원), 2015년(2201조4639억원), 2018년(2800조8933억원)에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은 세금이 각각 4조2787억원, 4조6699억원, 6조2000억원에 달했던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의 혜택은 당연히 많은 대금을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돌아갈 게 분명하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 2800조8933억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5.1 %(1823조5523억원)다. 개인투자자의 수가 555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미 한명에게 돌아가는 거래세 인하 효과는 16만원(1823조5523억원×0.05%÷555만명)에 불과하다.

[※ 참고 :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투자자 중 중복주주를 제외한 실질주주의 수는 511만1764명이다. 이중 개인은 555만5655명, 기관·외국인 투자자 등은 5만6109명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다르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거래금액은 개인투자자(1823조5523억원)보다 적은 997조3410억원(34.9%)이다. 하지만 그 수가 5만6109명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가져가는 1인당 거래세 인하 혜택은 870만원(997조3410억원×0.05%÷5만1609명)에 이른다. 실질주주의 1%에 불과한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투자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주주의 99%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보다 54배나 크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세 인하의 또 다른 수혜자는 증권사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매매가 활성화하면 증권사가 가져가는 브로커리지 수수료의 수익이 증가할 게 뻔해서다. 쉽게 말해, 증권거래세 인하의 효과가 기관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증권사, 큰손 투자자에 국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세 인하가 단타매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거래세가 없는 미국과 일본의 고빈도 매매 비중은 각각 50%, 30% 수준에 달한다.

이종우 증권칼럼니스트는 “증권거래세 인하가 증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증권거래세 인하로 1억원의 주식을 파는 투자자가 보는 혜택은 5만원에 불과해 증시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세가 무서워 팔아야 할 주식을 팔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타매매가 증가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기관과 외인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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