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소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금융 활동도 ‘아는 게 힘’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금융 이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의 소비활동에 무심한 사람들이 많았다. 직장인 박가영(28ㆍ가명)씨도 그런 케이스였다. 박씨는 나름 저축을 많이 한다고 자부했지만, 대출금 이자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고금리 대출이라면, 이자 부담이 크지 않더라도 우선 상환하는 것이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 대출이라면, 이자 부담이 크지 않더라도 우선 상환하는 것이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의 ‘2018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18~79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9점ㆍ2015년)보다 낮았다.

20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대 청년층의 금융 이해력은 30~50대 대비 훨씬 낮았다. 이들의 금융 행위, 금융 태도 점수는 각각 58.4점, 57.5점으로 전 연령 평균(59.9점, 61.3)을 밑돌았다. 또 한국인 대부분이 저축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소비 관리에는 소극적이었다. ‘적극적인 저축 활동’ 점수는 96.5점으로 높았지만, ‘신중한 구매’ 점수는 47.0점, ‘평소 재무상황 점검’ 점수는 43.2점으로 50점을 하회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가영(28ㆍ가명)씨도 비슷한 케이스였다. 박씨는 매달 월급의 35%가량을 적금에 붓고 있었다. 덕분에 3100만원이나 모았지만 씀씀이가 크다는 게 문제였다. 더구나 대부분 신용카드로 지출하는 탓에 어디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카드를 긁는 때마다 울리는 문자 알람도 소용이 없었다.

박씨는 5년 내에 결혼자금 5000만원 마련, 10년 내에 주택자금 마련, 재테크 초기 자금 마련 등을 계획하고 있다.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데만 월 83만원을 모아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2년 내에 새 차로 교체하고, 자기 개발을 위해 3년 내에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 패턴이나 저축 규모로는 이런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박씨는 소비패턴을 고치고 여러 재무목표에 대비할 수 있을까.

Q1. 지출 구조

먼저 박씨의 지출 구조를 살펴봤다. 급여는 월 270만원, 연간 상여금은 360만원이었다. 소비성지출은 통신비 11만원, 관리비ㆍ공과금 15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20만원, 문화생활비 30만원 등 126만원이었다. 휴가비나 경조사비는 회사의 복지카드를 활용해 부담이 없었지만 습관적인 외식 탓에 식비가 과했다.

여기에 자동차 보험료, 유지비 등으로 사용하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186만원으로 월 평균 21만원가량이었다. 이렇게 소비성지출로 총 147만원을 쓰고 있었다. 금융상품 가입 내역은 단출했다. 보장성보험 25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적금 100만원, 신용대출상환 15만원 등이었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 받은 1000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는 15만원에 달했다. 비소비성지출은 총 142만원으로, 총 지출은 월 289만원이었다. 월 급여가 27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19만원을 초과지출하는 셈이었고, 초과지출은 연간 상여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Q2. 문제점

박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무목표는 많은데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5년 내 결혼자금 5000만원, 3년 내 대학원 진학 자금, 2년 내 자동차 교체 비용을 마련하고 싶어했다. 현재 모아둔 3100만원에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붓는다고 해도,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박씨의 또다른 문제점은 신용카드 소비 습관 탓에 지출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었다. 매달 들쭉날쭉한 신용카드 대금을 갚느라 상여금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매달 15만원씩 나가는 대출상환금도 문제였다. 액수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자율이 6.4%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매달 25만원씩 붓고 있는 보장성보험도 골칫거리였다. 비과세ㆍ연금ㆍ입출금 기능이 있는 저축성보험으로 알고 가입했지만 뜯어보니 종신보험이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금ㆍ연금기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떼가는 사업비가 크다는 단점도 있다.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용했을 때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원금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Q3. 해결점

먼저 습관적인 외식을 줄여 식비를 20만원 절약하도록 했다. 월 21만원이던 비정기지출은 상여금(월 30만원) 내에서 활용하고 남은 상여금은 저축하도록 했다. 25만원씩 나가던 보험료는 20대 적정 보장성보험 수준인 7만원 납입으로 축소해 18만원을 절약했다. 기존 적금(100만원)은 만기가 돌아와 해지했다.

이렇게 모은 159만원 중 초과지출 19만원을 제외한 140만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가장 먼저 15만원씩 갚고 있는 고금리 신용대출을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 중도 상환이 가능한 상품이어서, 자유입출금통장에 매달 60만원씩 모아 내년 봄 원금 상환을 끝내기로 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매달 50만원씩 적립식 발행어음에 붓기로 했다. 3%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 발행어음은 박씨처럼 ‘은행 적금 이율은 낮고, 투자 상품은 두려워 고민’인 이들에게 적합하다. 추후에 주식 투자를 경험해보기 위해 트레이딩머니 목적으로 적립식펀드에 1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대출을 모두 청산하면 원금상환을 위해 붓던 적금(60만원)을 결혼자금과 주택자금 마련 용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남은 20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이처럼 재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얼마든지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박씨가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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