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인증절차의 한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신차를 대상으로 한 인증 절차가 무척 까다로워졌다.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반길 일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선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인증 절차가 질질 늘어질 공산이 커서다. 그렇다면 꼼꼼한 시험과 인증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기간까지 단축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신차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져 인증 기간이 늘었다.[사진=뉴시스]
신차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져 인증 기간이 늘었다.[사진=뉴시스]

소비자 입장에서 신차 출시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다. 차량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져서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신차 출시만큼 강력한 마케팅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차를 아무 때나 출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케팅 비용 등 부담스러운 것도 한두개가 아니다. 제조사들이 연식 변경, 페이트 리프트, 마이너 체인지, 메이저 체인지 등 비용과 기간이 덜 드는 방법으로 풀 체인지급 신차의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 이유다.

그런데 풀 체인지급 신차를 출시하는 것마저 지나치게 늦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충성 고객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다른 경쟁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신차를 늦게 출시하는 이유가 해당 제조업체의 연구ㆍ개발(R&D) 혹은 리콜 등에 따른 문제라면 그 피해를 제조사가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제조사 문제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신차 출시가 늦어질 경우다. 제조사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게 인증 절차 지연이다.  예를 들어 보자.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진 후 환경검사 기준이 세분화됐다. 기존엔 연구실에서 진행하면 별 문제 없던 실험조차 이젠 실제 도로에서 해야 한다. 이처럼 제도가 개선됐다는 건 반길 일이지만, 담당기관이 일처리를 빠르게 해주지 않아 인증기간이 늘어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일반적으로 신차 인증에는 ‘안전인증(국토부)’ ‘환경인증(환경부)’ 등이 있다. 안전인증은 1~3개월, 환경인증은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 정도면 연초에 인증을 의뢰해도 일러야 연말에 절차가 마무리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인증이 끝난 차량에 장치를 추가하거나 연식을 조금만 바꿔도 같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거다. 시간ㆍ서류ㆍ인력ㆍ비용의 낭비다. 특히 인증 절차 개선의 문제는 중소ㆍ중견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각종 인증이 필요한 친환경차가 부각되면서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제조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기업도 해당 기관에 밉보일까 두려워 불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전율이 관건인 중소ㆍ중견기업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입차를 판매하는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증 절차를 담당하는 해당 기관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시험기관에선 주말도 반납하고 시험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시험이 늦어진다는 불만을 들으니 힘이 빠질 만도 하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인력과 장비를 늘려주는 것이다. 정부가 꼼꼼한 인증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기간이 마냥 늘어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는 안전문제조차 짚지 않고 빨리 인증을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을 인정하되 인원과 장비를 늘려 인증 절차나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꼼꼼하게 절차를 밟는다고 대기시간까지 길어져선 안 된다는 거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민원인의 갑甲이 돼선 안 된다.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끄는 역할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활력이 돌고, 정부가 강조하는 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이 따라올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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